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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지/낙서장 80

번역 유감

어떤 번역원서보다 번역서를 선택하는 이유는 속도다. 아무리 외국어에 능통하다 할지라도 모국어만큼 편하지는 않다. 그러니 해당 외국어를 읽는 데 무리가 없다고 하더라도 번역서를 찾는다. 시간은 돈 아닌가. 빠르게 정보를 습득하고 이용해야 하는 처지에 독해하는 데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문제는 번역서의 질이 너무 떨어질 때 발생한다. 지난 몇 주 동안 한권의 책을 읽고 있다. 책 제목은 ⌜장단기 투자의 비밀(Long-term screts to short-term trading)」로 래리 윌리엄스(Larry Williams)의 책이다. 지난 2년간 가장 주의 깊게 읽은 책들은 대부분 트레이딩 관련 서적이었다. 그런 관심사 때문에 이 책까지 왔다. 게다가 이 책은 종종 다른 저작에서 저자를 언급하니..

원고지/낙서장 2023.03.15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이유

신앙과 자유 내 주변에는 목회자가 꽤 있는 편이다. 내가 그들과 교류는 안 하지만 가끔 주변에서 그들 소식을 듣는다. 이유는 별 게 아니다. 학부에서 철학 전공을 한 나는 대학부터 목회로 진로를 정한 선후배를 많이 봤다. 학부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신학을 전공한다는 게 그 당시 그들 계획이었다. 그리고 그들 상당수가 교회 목사나 신학대학 교수 등으로 자리잡고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학 때 그들과 특별히 종교 문제로 얘기해본 일은 없다. 아마도 철학이란 학문 자체가 비판을 중시하는 데다가 그들 자신도 자신의 신앙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종교가 있건 없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지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특별히 종교에 호불호는 없다. 종교적 선택은 그들 자유라고 생각하기 ..

원고지/낙서장 2023.03.06

이것은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도서관에서 책에 읽다 집을 가려고 나섰다. 그런데 공중전화박스를 지나가는데 이상한 물건이 보였다. 호기심이 발동했다. 이제 공중전화박스조차 쓸 일이 없는데 저 물건은 무엇이란 말인가. 지나가는 길을 멈추고 되돌아 다시 가봤다. 그리고 사진 몇 장을 찍었다. '충전돼지'라는 충전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물건이다. 나의 경우 특별히 충전지를 들 정도로 전자기기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여행이나 출장 등 전자기기를 가져갈 때는 항상 긴장하기 마련이다. 혹시라도 위급한 상황이나 중요할 때 충전지가 그 수명을 다하지 않을까라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런데 요새는 저렇게 공중전화부스나 그밖의 접근가능한 장소에서 충전지를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는 사업을 하는 업체가 있나 보다. 작은 아이디어지만 참 영리한 사업이라..

원고지/낙서장 2023.02.26

먹고 사는 걱정

지난 몇년간 나는 공부만 하고 지냈다. 늦깍이 대학원을 졸업하고 일 좀 해볼까하다 코로나가 터졌고 그 이후 이래저래 쉰다는 핑계로 시간만 흘렀다. 그래도 쉰다는 게 내게는 공부니 아예 비생산적인 시간은 아니었다. 다만 경제적 활동을 중단하고 있었으니 나의 통장잔고가 거의 바닥을 드러내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자신을 탓할 겨를도 없이 요즘은 나의 일과는 대다수 먹고 사는 걱정이다. 이런 염려 속에서 가장 심각하게 다가웠던 현실은 내 나이였다. 구직, 말 그대로 취업을 하자니 젊은 나이도 아니니 막당한 자리가 없었다. 게다가 앞서 말했듯이 내가 직장을 다닌 시간이 가물가물할 정도가 되버린 지 오래다. 수년전에 작은 사업이라도 해볼 심산으로 호기롭게 도전했던 이유탓이다. 그나마 잘 됐으려면 좋았건만 행간에서 엿..

원고지/낙서장 2023.02.06

도서관 풍경

요새 며칠 사이 다시 도서관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다. 보통은 책을 빌리려 갔지만 요즘에는 공부를 하러 간다. 오랜만에 들린 자율열람실 풍경은 굉장히 낯설게 느껴진다. 보통은 수험생들이 자리를 잡고 공부를 하는 곳인지라 더 그렇다. 나이가 훌쩍 들어 그들 사이 끼여 무언가를 한다는 게 이상하다. 게다가 코로나가 기승을 떨칠 때는 의식적으로도 사람이 몰린 곳을 피하려고 했으니 도서관도 예외가 아니었다. 친숙하면서 낯선 그런 곳이랄까. 보통 자율열람실은 앞서 말했듯 수험생 천지다. 통로 사이로 흘낏 본 그들의 책은 "준비서"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누군가는 공무원을 준비하고 누군가는 교사를 대비하고 누군가는 자격증을 공부한다. 대개는 젊은 사람들이 미래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지만 간혹 보면 희..

원고지/낙서장 2022.11.07

운동을 안 갈 때

어제 하루는 운동을 가지 않는 날이었다. 평소 수요일은 걷기로 운동을 대체하고 체육관을 방문하지 않는다. 그런데 참 이상스럽게도 그런 날은 컨디션이 좋지 않다. 보통 저녁 식사 이후에 몸이 좋지 않으면 약간이라도 잠을 청해 쉬는 편이다. 어제가 그런 날이었다. 나른한 것을 넘어 감기가 걸린 게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로 몸이 떨렸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잠시 누워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혼자 사는 처지니 저런 날은 약간 서글프다는 생각이 든다. 누가 병간호를 해줄 사람도 없고 하다못해 약을 챙겨줄 사람도 없다. 내가 내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해결이 되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그럴 때면 나는 혼자 사는 게 쉽지 않다는 현타가 오곤 한다. 어제도 그런 날이었다. 괜히 몸도 아프니 마음도 울적하고 ..

원고지/낙서장 2022.10.27

망할 카카오

지난 주를 한창 달군 이슈 하나는 카카오 장애였다. 데이터 센터의 화재로 인한 사고는 몇 시간 정도의 불편이 아니었다. 주말 내내 그리고 이번 주초까지 장애가 해결되지 않았다. 카카오 서비스를 고작해야 몇 개 사용하지 않는 나로서는 딱히 큰 손해를 본 것은 아니었다. 대표적으로 카톡도 잘 안하니 톡이 오면 오나보다, 오지 않으면 오지 않나보다 넘긴다. 그래도 불편한 것은 불편한 것이다. 내가 한때 네이버 블로그를 사용하다 이곳 티스토리 블로그로 옮겨온 이유가 있다. 네이버가 너무 독점적 지위를 누린다는 생각에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들었다. 그래서 예전부터 나는 메일이나 카페 등 이용의 중심에 카카오의 전신인 다음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카카오 장애로 새삼 깨달은 사실이 있다. 정도의 문제지 카카오도 독점의..

원고지/낙서장 2022.10.20

낯선 방문

'이웃 사촌'. 이 말만큼 낯선 단어가 있을까. 솔직히 나는 옆 집에 누가 사는지 정확히 모른다. 그저 소음으로 그들의 존재를 알 뿐이다. 혹시라도 복도에서 마주치면 가벼운 목례만 할 뿐 그들 사정에 관심 갖고 살지 않는다. 이런 일이 꼭 나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이웃이란 소음으로 그들 삶의 인기척을 알릴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처럼 혼자 사는 이에게 이웃이 그렇게 신경 쓸 사람들인가. 어느 주말 토요일 아침이었다. 갑자기 대문 벨이 울렸다. 느긋한 아침을 즐기던 나는 무슨일인가 싶어 황급히 문을 열었다. 그런데 순간 나는 짜증이 났다. 옆집 할아버지의 얼굴이 내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최대한 예의 바르게 방문 목적을 묻자 그 노인은 그냥 궁금해서라는 맥빠진..

원고지/낙서장 2022.10.11

그냥 쓴다

다시 그분이 오셨다. '게으름'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무력감'이라고도 칭하는 그분. 요새 특별한 일이 없지만 블로그에 들어오는 게 뜸했다. 쓸거리가 없어도 글을 쓴다는 실천 자체가 주는 소중한 미덕이 있음에도 쓰기 싫다는 이유로 그냥 내팽개치고 있었다. 그러다 이러면 안 되지라는 심정으로 다시 글을 쓴다. 나는 종종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내가 생각을 하고 산다는 증거가 이 글쓰기라고 말이다. 아무리 짧은 글을 쓴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글감 정도는 생각해야 하고 아울러 구성까지 고민해야 하니 고심을 안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글을 정기적으로 쓰는 습관은 자칫 무절제한 행동으로 빠질 무렵 내 자신을 다독이는 훌륭한 실천이다. 이렇게 효용이 있는 글쓰기도 가끔(?) 힘든 게 현실이다. 소위 내면의 열정이..

원고지/낙서장 2022.09.26

어느 게으른 자의 변명

어제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게으르게 산 게 아닌지 걱정이 들었다. 어릴 때야 시간의 넉넉함에 버거운 시절도 있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조급해진다고 할까. 거기에 더해 시간이 아깝고 혹시라도 내 삶을 계획 없이 산 거 아닌가라는 자책감이 들 때가 있다. 물론 나는 안다. 그래봤자 흘러간 물은 되돌릴 수 없다는 엄연한 사실을. 그럼에도 가끔은 걱정이 몰려오는 것은 어쩌지 못하겠다. 이런 삶의 회의가 나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그런 의문은 누구나 들 수가 있고 심지어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하는 사람 역시 번 아웃 뒤 고개를 저으며 자신을 책망하곤 한다. 성실히 살았다고 믿었는데 그 길이 자신의 삶의 목표와 배치되는 현실을 마주하는 것이다. 아마도 나도 그런 경우 아닐까 싶다. 누구보다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

원고지/낙서장 2022.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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