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낙서장

먹고 사는 걱정

공부를 합시다 2023. 2. 6.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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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년간 나는 공부만 하고 지냈다. 늦깍이 대학원을 졸업하고 일 좀 해볼까하다 코로나가 터졌고 그 이후 이래저래 쉰다는 핑계로 시간만 흘렀다. 그래도 쉰다는 게 내게는 공부니 아예 비생산적인 시간은 아니었다. 다만 경제적 활동을 중단하고 있었으니 나의 통장잔고가 거의 바닥을 드러내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자신을 탓할 겨를도 없이 요즘은 나의 일과는 대다수 먹고 사는 걱정이다.

 

이런 염려 속에서 가장 심각하게 다가웠던 현실은 내 나이였다. 구직, 말 그대로 취업을 하자니 젊은 나이도 아니니 막당한 자리가 없었다. 게다가 앞서 말했듯이 내가 직장을 다닌 시간이 가물가물할 정도가 되버린 지 오래다. 수년전에 작은 사업이라도 해볼 심산으로 호기롭게 도전했던 이유탓이다. 그나마 잘 됐으려면 좋았건만 행간에서 엿보이든 실패였다.  이래저래 진퇴양난의 처지가 되버린 사정이다.

 

난처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일, 도전할 수 있는 일을 계속 모색하는 요즘이다. 그 배경에는 우선 내 자신을 향한 굳은 믿음이 있다. 적어도 자신을 망치거나 쉽게 포기하는 일은 결코! 있지 않으리라는 기대다. 아마도 그런 확신에는 과거의 경험도 한몫하는 것 같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하고 싶은 일을 하느라 먹고 사는 것을 등한시했지 관심을 가지면 뭐든지(?) 열심히 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게 목표다. 그렇다고 과거의 경력을 모두 내팽개치고 몸을 쓰는 일을 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솔직히 자리에 앉아 생각만 해서는 답이 없다고 생각해서 최저 임금 정도의 일을 해볼까라는 궁리를 했었다. 그러나 하루 종일 일해도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생각하자니 차라리 조금 더 굶어보기로 결정했다. 일을 한다는 당장의 위로가 될 지언정 어떤 미래도 기약하지 못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솔직히 정 일이 안 된다면 그거라도 할 생각이다).

 

무슨 일을 할 거냐고 묻는다면 하던 일을 할 생각이다. 글 쓰고 말 하는 일말이다. 여지껏 내가 경력을 그나마 키웠던 영역은 글과 말이었다. 물론 그조차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 요즘이지만. 글과 말이 자칫하면 공허한 메아리가 되버린다는 현실을 뼈저리게 느낀지는 오래다. 그러나 두드리면 열리리라. 아직 마중물이 덜 들어갔을 뿐이다. '존버'를 외칠 수 밖에 없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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