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낙서장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이유

공부를 합시다 2023. 3. 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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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자유

내 주변에는 목회자가 꽤 있는 편이다. 내가 그들과 교류는 안 하지만 가끔 주변에서 그들 소식을 듣는다. 이유는 별 게 아니다. 학부에서 철학 전공을 한 나는 대학부터 목회로 진로를 정한 선후배를 많이 봤다. 학부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신학을 전공한다는 게 그 당시 그들 계획이었다. 그리고 그들 상당수가 교회 목사나 신학대학 교수 등으로 자리잡고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학 때 그들과 특별히 종교 문제로 얘기해본 일은 없다. 아마도 철학이란 학문 자체가 비판을 중시하는 데다가 그들 자신도 자신의 신앙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종교가 있건 없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지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특별히 종교에 호불호는 없다. 종교적 선택은 그들 자유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나 또한 어떤 신앙도 강요받을 생각이 없다.

신이라 사칭하는 사기꾼

지난 주 밤 나는 문제적 다큐 하나를 봤다. 넷플릭스의 <나는 신이다: 신이 배반한 사람들>이었다. 아마도 어린 친구들은 기억하지 못할 과거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이비 종교를 다루는 영화다. 첫 번째 주인공은 JMS 정명석이었는데 피해자들의 육성 증언으로 전달되는 고통 때문에 보기기 힘들었다. 성적 착취를 당한 피해자가 수백을 넘어 수천이 되지 않을까하는 염러가 들 정도로 끔찍한 일이 있었던 것이다.


 
참혹한 피해의 육성 증언을 보며 내가 계속 생각했던 것은 왜 사이비 종교에 사람들은 빠져드는가라는 질문이었다. 그들이 빠진 교리를 들어보면 외부인인 나의 눈에 한심한 논리로 점철된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당시 대학생이었던 피해자들은 성적 유린을 당했고 지금까지도 트라우마에 고통받고 있었다. 그들이 못 배우고 지각 없는 자라면 이해가 가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속칭 '명문대생들'이었고 배울 만큼 배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유사가족의 아우라

문득 과거 한 시사 프로그램에서 사이비 종교에서 빠져나온 피해자의 인터뷰가 생각났다. 지방에서 서울로 대학 입학을 위해 올라온 뒤 적응이 힘들었고 그때 하필이면 문제적 집단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들에게서 빠져나오기가 정말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이유는 바로 가족 같은 분위기 때문이었다. 교회를 가면 모두 '형제님', '자매님' 등 호칭으로 부른다고 한다. 이처럼 가족같은 아우라를 풍기는 곳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던 것이다.


 
유사가족이라 할 만한 그들 분위기는 외부와 단절을 강요하고 실제로 많은 이들이 가족과 친구 등과 관계를 끊었다고 증언한다. 이게  과거 저 인터뷰 속 피해자의 사례일까. 지금도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는 행태 아닌가.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고 아마도 앞으로도 있을 사건이라고 생각하면 암울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우리는 사회적 개인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사이비들은 포섭자의 약한 고리를 노린다. 감정적인 취약한 부분을 건드려 그들에게 의존하게 만들고 결국에 착취하는 단계까지 이른다. 그러니 주로 사이버 종교가 노리는 연령은 닳고 닳은 성인이 아니라 청소년이나 갓 성인이 된 청년이다.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지 않은 채 고립된 주부를 포섭 대상으로 한다. 결국 이들 모두 정서적으로 의지할 만한 사회적 관계가 취약한 존재들이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다. 그러나 사회적 관계로 모든 것을 환원하지 못하는 개인이다. 나는 이 부분을 강조하고 싶다. 중요한 것은 내 자신이다. 우리가 타인과 의존해 살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그 관계가 모든 것을 지켜주지 못한다. 아마도 저 피해자들은 한때 저런 환상을 지녔던 것 같다. 대개는 통과의례처럼 가볍게 경험하고 지낼 사건인데 그들에게는 너무 큰 상처를 남긴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피해자들에게 진심어린 위로를 보내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저 문제적 다큐를 끝까지 보는 것이다. 그리고 가해자를 기억하고 주변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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