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낙서장

그냥 쓴다

공부를 합시다 2022. 9. 26.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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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분이 오셨다. '게으름'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무력감'이라고도 칭하는 그분. 요새 특별한 일이 없지만 블로그에 들어오는 게 뜸했다. 쓸거리가 없어도 글을 쓴다는 실천 자체가 주는 소중한 미덕이 있음에도 쓰기 싫다는 이유로 그냥 내팽개치고 있었다. 그러다 이러면 안 되지라는 심정으로 다시 글을 쓴다.

 

나는 종종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내가 생각을 하고 산다는 증거가 이 글쓰기라고 말이다. 아무리 짧은 글을 쓴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글감 정도는 생각해야 하고 아울러 구성까지 고민해야 하니 고심을 안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글을 정기적으로 쓰는 습관은 자칫 무절제한 행동으로 빠질 무렵 내 자신을 다독이는 훌륭한 실천이다.

 

이렇게 효용이 있는 글쓰기도 가끔(?) 힘든 게 현실이다. 소위 내면의 열정이 사그라들 때가 있으니 그렇다. 게다가 매일 일기처럼 글을 쓴다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인간사에 그렇게 매일 쓸 만한 소재가 넘쳐나는 사건이 벌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곳에 세상에 대한 평을 종종 해댄다. 외부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관심이야 말로 살아갈 열정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요새처럼 경제가 힘들고 모든 게 절망스런 시대에는 딱히 희망의 출구를 찾아보기 힘들다. 오늘도 환율이 1,400원대를 훌쩍 뛰어넘고 이런 위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대통령이라는 한량은 자신의 외유를 평가하며 자화자찬을 해댄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헛웃음이 나온다. 바보도 저런 상바보가 없다.

 

글을 쓰는 미덕을 말해보자고 했는데 갑자기 샛길로 빠져버렸다. 그러고보니 근래 내가 화가 많다. 세상사 뜻대로 돌아가는 일이 없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다. 그런 분노를 떨치기 위해서라도 이제 성실히 글을 써야 겠다. 자기 통제를 위해 글만한 실천이 어디 있겠는가. 글을 쓰다보면 그 분노도 좀 더 생산적이 일로 전환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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