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낙서장

계약 즈음

공부를 합시다 2022. 8. 29.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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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빠르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일이 있다. 내게는 임대차계약 갱신이 그런 종류일 것 같다. 벌써 계약 갱신이 다가워 이사를 갈지 또는 더 살지 고민을 잠깐(?) 했다. 솔직히 처음부터 이사갈 생각은 없었다. 현재 나의 사정상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갈 만한 경제력 여력도 없거니와 설령 이사간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수반되는 부동산 복비며 이사비며 이런저런 수고를 들일 생각을 하니 머리만 지끈거릴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올해 나의 계약은 의외로 쉽게 마무리됐다. 지난주 임대인에게 연락을 취해 2년의 계약 갱신을 한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계약 갱신을 위해 준비를 안 한 것은 아니다. 다시 한번 등기사항전부증명서와 건축물대장 등 서류를 확인하고 전환율을 비롯한 임대차계약을 위해 필요한 조사를 진행했다. 어떤 계약이든 준비를 한 만큼 결과가 나오니 그만큼 시간을 들여 노력한 것이다.

 

그래서일까. 계약갱신은 훈훈한 덕담이 오가며 진행이 됐다. 임대인 입장에서 나같은 세입자는 참 편한 임차인일 것이다. 일단 특별한 요구조건이 없고, 항상 제때 임대료와 관리비 등을 납부하고, 사고(?) 한번 안 치니 이런 세입자가 어디 있겠는가. 있는 듯 없는 듯 살고 있으니 그들 입장에서는 탱큐인 셈이다.

 

나의 입장에서도 나쁠 것 없는 선택이었다. 다만 한곳에 벌서 8년이나 거주하고 있으니 이래저래 변화가 너무 없는 것 아닐까하는 괜한 우려가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 기간 동안 경제 사정은 계속 마이너스니였는데 말이다.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그 시간 동안 내가 다시 한번 대학원을 진학해 공부를 했다는 것이고, 둘은 사업을 벌이면서 별다른 노력(?) 없이 돈을 까먹고 있었다는 것이고, 마지막으로 코로나시국에 이런저런 도전이 막혔다는 사정이었다.

 

그래도 한편으로 계약을 갱신하고 나서는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시간을 그만큼 벌었으니까. 이제는 정말 앞만 보고 뛰어야 할 순간이 왔으니 복잡한 생각은 버리면 그만이다. 2년 전에도 그랬듯 나는 다시 계획을 짠다. 그 목표가 달성되든 안 되든 중요한 것은 해야 할 과제가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내게 계약은 그 시작일 것이다. 계약서를 들고 주민센터를 방문해 확정일자 확인을 받으면서 다짐을 다시 다지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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