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낙서장

정의당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

공부를 합시다 2022. 7. 15.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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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관심있지만 그렇다고 특정한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게 나의 정치적 성향같다. 하지만 꼬박꼬박 투표날에는 시민으로서 참정권을 행사하니 그런 점에서 나는 정치 고관여층인 셈이다. 그러니 이런저런 정치 기사는 제목이나마 확인하고 넘어가는 편이다. 그럼에도 요즘 같은 날은 쉽게 정치 기사에 눈길이 안 간다. 그 이유야 세상 민심과 반대로 돌아가는 정치를 보고 있자면 열불이 나기 때문이다.

 

우연히 며칠 전 정의당이 대통령 선거 이후 동정을 전하는 기사를 봤다.  대통령 선거 이후 기대에 못미친 득표와 앞으로 진로를 전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선거 패배의 원인을 분석하는 내용에서 유독 눈에 띄는 대목이 있었다. 소위 '조국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민주당 2중대'로 전락한 당의 노선을 비판하는 게 골자였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레퍼토리 아닌가. 서초동에서 촛불을 들었던 게 2019년이니까 수년은 지난 얘기이다.

 

첫 생각은 정의당의 현실 인식이 지극히 비현실적이고 게다가 관념적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지지율 하락을 '조국'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언제적 '조국'인가라는 생각이다. 본인들은 진보 아젠다를 끈질기게 밀고 나가지 못한 사정으로 당내 이유가 아니라 당밖 이유를 거론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가장 큰 패착은 정의당의 현실의 잘못된 인식이다. 특히 대중이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바라는가에 대한 심각한 몰이해다. 

 

적어도 나는 비례 투표에 있어서 몇 년전까지 정의당에 표를 몰아주던 사람이었다. 적어도 민주당과 국민의힘 틈바구니에서 진보의 가치를 견인할 정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노회찬 사후 정의당의 노선은 일반 대중의 지지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그들의 당세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고 결과는 냉정한 표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사람들이 노회찬을 자꾸 소환하는 이유가 있다. 적어도 가치와 현실 사이 균형을 잘 잡고 정치에 우리가 관심가져야 할 이유를 그는 생전에 몸으로 보여줬다.  노회찬이라는 정치인의 진정성을 생전에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 까닭에 민주당을 싫어하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민주당에 표를 주는 나와 같은 사람의 경우 비례대표는 정의당과 같은 진보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았다. 

 

지금 현실은 어떤가. 이미 지방 선거에서 정의당은 냉엄한 민심을 보았고 앞으로 총선이라고 그 현실이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왜냐하면 관념적 진보에 계속 매달리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조국 사태다. 조국의 발언이 조국 자신과 가족의 행동과 간극이 크다고 비난할 수는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조국 일가에게 쏟아진 언론의 마타도어와 사법처리가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한 가족을 쑥대밭으로 만들기 위해 중학생 일기장까지 가져가 사법의지를 표명한 검찰에 누가 동의하겠는가.

 

50보 100보라는 말이 있다. 50나 100보나 그 차이가 크지 않다는 말로 종종 사용된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아니다. 그 차이는 그 간격만큼이나 굉장히 크다. 흔히들 흑백사고의 오류라고 부르는 착오는 세상사 모든 것을 중간 없이 참과 거짓, 좋음과 나쁨의 극단으로만 평가하는 사고다. 정의당이 빠진 오류는 바로 이 오류다. 그들은 세상을 정의와 정의 없음의 두 양극으로 사고하는 집단이다. 그런데 정말 웃긴 것은 그들조차도 당내에서 정의롭지 못한 행태가 만연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당내 성추행 사고일 것이다. 본인들조차 체화되지 못한 가치를 타인에게 강요하는 작태라니.

 

세상은 단순하지 않다. 어린아이 같은 태도로 정치를 하는 정의당을 많은 사람들은 지지하지 않는다. 진보의 가치? 그 가치를 실현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정당이 정의당이다. 구호를 외친다고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당밖의 다양한 세력과 연합하는 게 현실적이다. 민주당 2중대라고 전락했다고 본인들은 하소연하지만, 실상은 국민의힘 2중대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나는 정의당을 지지하지 않는다. 아마도 앞으로 내가 그들에게 표를 줄 일도 없을 것이다.

 

cf. 글을 쓴 뒤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정의당을 지지 않는 이유'로 검색되는 수많은 글을. 세상 사람들 생각은 별반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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