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낙서장

타인의 불행

공부를 합시다 2022. 7. 6.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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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문장은 책만큼이나 유명하다. 톨스토이의 <안나카레니나>의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가 그런 사례 아닐까. 유독 내가 이 문장(내지 진술)을 기억하는 이유는 행복과 불행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태도를 엿보기 때문이다. 행복한 이를 보면 다들 비슷한 이유로 행복한 것 같고 불행한 이를 보면 각자의 사정이 있어 그런 듯 보인다.

 

이때 사람들은 타인의 행복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 우리가 흔히 뉴스는 '굿 뉴스'가 아니라 '배드 뉴스'라고 말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불행에 더 관심이 많다. 그러니 희극보다는 비극이 더 대중의 심금을 울리고 지금까지 살아남는 거 아니겠는가. 다시 우리 주제로 돌아와 생각해보면 우리는 타인의 불행을 더 궁금해한다. 정말이다. 그런 속담도 있지 않나.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누군가의 행복은 나의 불행이다.

 

누군가 불행을 더 궁금해하는 이유는 내가 생각하기에 자신의 처지와 비교해 스스로 안도할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미디어로 전달되는 타인의 비참한 생활에 우리는 때로 위로(?)를 받는다. 꽤나 가학적으로 보이는 이런 상황은 인간 본성의 일부이다. 인간이 반드시 선하다고 말할 수 없는 예는 주변에 도처에 넘쳐난다. 어느 때는 금수만도 못한 인간들이 득실대는 이런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무섭기까지 할 정도다.

 

오해없기를 바란다. 인간 본성에는 악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니. 흔히들 얘기하는 미담도 넘쳐난다. 그런 까닭에 꾸역꾸역 살아간다고 믿는다. 그러나 타인의 불행은 잠시 나의 자존감을 높여줄지언정 생활을 개선할 정도로 동기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그저 현상 유지에 만족하는 기회를 주니 그렇다. 누군가의 불행은 혹시라도 발생할지 모르는 일을 경고할 뿐이다.

 

마음을 곱게 써야 일도 잘 되는 법이다. 타인을 해치지 않더라도 그의 불행을 고소해한다면 언젠가 그 대가를 나 또한 받을지 모른다. 이래저래 우리 인간은 서로가 영향을 주고 받는다. 좋은 사회라면 타인의 불행을 나의 불행처럼 간주하고 그 원인을 제거하는데 노력할 것이다. 그에 반해 나쁜 사회라면 누군가 불행을 그저 타인의 운으로 치부하고 각자도생의 해결을 모색할 것이다.

 

우리의 선택은 물론 좋은 사회일 것이다. 그렇기에 타인의 불행은 우리에게 준엄한 경고를 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의 불행이 그가 노력하지 않아서 벌어진 것도 아니니 누구에게도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는 교훈을 주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 마음 깊숙한 곳에 연민을 불러온다. 그런 까닭에 사회가 조금씩 발전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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