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낙서장

휴일밤의 분수쇼

공부를 합시다 2022. 5. 2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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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저녁, 축 쳐진 몸을 이끌고 밖에 나갔다. 주말 지나친 잠탓에 쳐진 몸을 달래기 위해서였다. 내일을 위해서라도 잠시 걷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해가 진 휴일 저녁은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다는 이유로 기분이 좋다. 적어도 그 시간만큼은 나도 다른 사람만큼이나 평범한 생활을 영위한다는 착각을 불러오는 시간이니까.

 

평소 같으면 1시간 정도의 산책을 하고 들어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내가 평소 이용하는 산책길 하천가에 새로운 볼거리가 생겼다. 하천 한 가운데 음악 분수를 해당 지자체에서 만들어놓은 것이다. 몇번 주간에 지나가다 본 적은 있으나 한밤에 쇼를 본 적은 없었다. 딱히 그 시간에 그곳에 나가있다는 게 굉장히 귀찮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날따라 공연시간을 1-2시간 앞두고 그곳을 지나가다 한번 봐볼까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장소에 호기심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새롭게 단장된 분수 근처 의자에는 이미 수많은 사람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꽤 공연 시간 전인데고 일요일 저녁의 마지막을 즐기기 위해서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나도 근처 멀찌감치 의자에 앉아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공연은 8시였는데 무려 1시간 이상을 기다렸다. 스마트론을 만지작 거리면서. 초저녁의 어둠이 찾아오자 안내 방송 뒤 공연이 시작됐다. BTS의 <Butter>를 시작으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OST, <아기상어> 등이 울려펴지며 화려한 조명과 함께 분수가 솟구쳐 올랐다. 그에 따라 사람들의 환호성도 터져나왔다.

 

짧다면 짧은 15~20분의 분수쇼였는데 집으로 돌아오면서 오늘 하루 많은 것을 치룬 기분이 들었다. 집밖에 나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냥 평범한 일요일이었는데 말이다. 사람의 기분이란 알 수 없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 만나는 게 부담으로 다가왔는데 막상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활력을 얻고 오니까. 아마 요즘 내게 변화가 필요한 시간이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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