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낙서장

좋아하는 일 VS. 잘 하는 일

공부를 합시다 2022. 5. 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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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어르신들이 종종 말했다. 좋아하는 일 하지 말고 잘 하는 일을 찾아 먹고 살라고.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면 이 말이 맞다. 적어도 고생하지 않으려면. 그런데 인간사라는 게 항상 순리대로 돌아가는 게 아니다. 설령 잘 하는 일은 아니라 할지라도 좋아하는 일에 도전해 깨져 보고 상처입고 끝까지 해보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다.

 

나란 인간을 곰곰히 생각해보면 잘 하는 일보다는 항상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오던 사람이었다(그래서 내가 지금 이런 개고생(?)을 하나). 내심 합리적 결단이라고 자위했지만 판단의 근거에는 항상 내 욕망이 있었다. 아마도 스스로 평가하기를 좋아하는 일을 해야 일의 능률이 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런 배경에는 지난 삶의 궤적이 있다. 나름 성취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기에 쉬운 길보다는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대학 졸업 이후 대학원을 진학한 것도, 그리고 불혹이 넘어 다시 대학원을 진학한 것도 이런 배경이 있었다. 그리고 한번 시작한 일은 일단은 끝까지 간다는 심정으로 해본다는 것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그 결과가 항상 올바른 선택지로 마무리된 것 같지는 않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요즘 곤궁한 길로 접어드니 잘못 생각한 것은 아닐까라는 후회가 밀려들 때가 있다. 그저 평범한 삶을 살려고 노력했으면 적어도 중간은 갔을텐데 사서 고생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후회를 한다. 어떤 삶을 살든 완벽한 삶은 없다. 어떤 면에서 상처받고 곪아 터지는 생채기를 견디는 모습이 삶이라고 생각이 든다. 설령 모든이가 잘못된 길이라고 외쳐도 내가 선택했다면 그 결과에 책임지면 된다. 자신에 대한 책임, 그것이 어른이 됐다는 증거다. 그런 점에서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할 것인가, 잘 하는 일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현답은 있다고 믿는다.

 

잘 하지는 못하더라도 성인으로서 충분히 책임질 자세가 되어있다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적어도 나중에 하지 못한 일을 후회하지는 않을테니. 그런 면에서 요새 나는 드디어 어른이 됐다고 실감한다. 출구 없는 길에 이르러도 낙담은 안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적어도 어떤 결과가 나오든 책임질 자세가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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