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낙서장

퐁퐁남의 세상

공부를 합시다 2022. 5. 1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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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조어는 흥미를 유발한다. 사람들의 새로운 인식을 보여주기에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근래 나의 눈에 들어온 단어는 '퐁퐁남'이라는 단어였다. 이 단어가 언제 어디서 시작됐는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런 단어가 심심치 않게 커뮤니티에 떠돌고 희자되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 나는 이 단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퐁퐁'이라는 세제에서 유래한 듯한 이 단어를 그저 가정적인 남성을 지칭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정말 크나큰 오해였다. 인터넷 세상에는 부정의 단어가 넘쳐난다는 사실을 잠시 잊었다. 긍정적인 단어가 아니라 부정적인 단어로 '퐁퐁남'은 사용된다. 말 그대로 설거지론의 연장선이었던 셈이다.

 

각종 게시판에는 스스로 '퐁퐁남'이라고 지칭하며 자신을 비하하는 글이 넘친다. 그뿐만 아니라 유튜브에는 이들을 인터뷰하고 노예같은 삶을 토로하는 영상도 많이 게시된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나는 한편으로 결혼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다른 한편으로는 요즘 남성이 여성을 바라보는 태도를 넌지시 보게 된다. 일방적 양보 내지 희생으로 결혼을 유지하는데 거부감이 있다.

 

예전처럼 결혼 이후 별다른 노력(?) 없이 오손도손한 가정을 꿈꾼다면 그것은 심각한 착각이다. 그런 가정을 꾸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경제력이고, 만약에 풍족하지 않다면 남성은 자신의 경제권을 포기하고 퐁퐁남이 될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결혼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결혼 이후 보이기 때문에 발생한다. 과연 퐁퐁남이 될 만큼 희생할 가치가 있나라는 의문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물론 퐁퐁남이 이런 환경을 적극 개선할 의지가 있는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자조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혹시라도 아이가 있다면 더 그렇다. 그냥 노예 생활을 지속하기로 결심 아닌 결심을 하게 되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이들을 별로 동정(?)하고 싶지는 않다. 가해자도 문제지만 피해자도 문제기 때문이다.

 

결혼 이전 연애 때 고민해야 할 문제를 결혼 이후 고려하는 이들의 게으름이 문제다. 자기 발등을 자기가 찍었는데 누구를 탓할 것인가. 자신의 안목이 형편없다는 사실을 자책해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설거지당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쉽게 동조하기 힘들다. 누구도 그들에게 선택을 강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결정을 했고 이제 어른답게 책임지면 그뿐이기 때문이다.

 

다만 모든 것을 경제적인 것에 원인을 돌리는 그들의 태도에 걱정이 된다. 그런 인간은 결혼을 하지 않아도 별로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그들의 경제력이 아니다. 성숙하지 못한 인격이 만병의 원인이다. 모든 것을 책임질 필요는 없다. 그러나 책임진다면 성인답게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아니면 결단을 내리라고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 이도 저도 아닌 선택은 자신의 삶을 피곤하게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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