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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지/낙서장 80

욕망의 T.O.P.

지난 주 전 SBS 앵커 김성준 논설위원의 사직 소식은 당황스러운 뉴스였습니다. 회사를 그만둔다는 사실이 놀라운 게 아니라 그 이유 때문에 놀랐죠. 전 날 현행범으로 체포됐다는 뉴스가 전달되더니, 저녁 즈음에는 이유가 낱낱이 공개됐습니다. 몰래촬영혐의가 그 이유였습니다. 자정 무렵 지하철에서 여성 치마를 몰래 촬영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된 것이죠. 사직서 제출과 수리가 단 하루만에 이루어졌는데 굉장히 신속한 일처리였습니다. 재빨리 논란을 정리하겠다는 방송국의 의지에 더해 방송국은 책임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합산돼 발생한 결과죠. (의 진행자 김상중의 말투를 따라하자면) 그런데 말입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 샌다’는 속담이 있지 않습니까. 과연 이번 한번뿐이었을까, 그리고 회사 내에서는 문제가 ..

원고지/낙서장 2021.04.04

시간은 삶을 만드는 재료다

바람은 서늘하고 햇볕은 따사로운 날이다. 이런 날 벤치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살아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사하다. 바람결에 하늘을 한번 쳐다볼 여유가 절로 생긴다. 며칠 동안 집중도 잘 안 되고 계획은 탄력을 받지 못해 지지부진하고 있었다. 마음이 산란거리니 어떤 일도 능률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화장한 날은 이 하나만으로도 사람에게 힘을 준다. 무언가 해야 할 것 같고 누군가를 만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 여전히 공원은 마스크를 쓴 사람으로 가득하다. 그래도 아이들은 개의치 않는다. 광장을 뛰어 다니고 어른들은 그 운동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살아있다는 것은 운동이다. 이 운동 속에서 반복은 차이를 낳을 계기를 마련한다. 그래서 나는 그런 장면을 볼 때 변화의 힘을 얻는다. ..

원고지/낙서장 2021.04.04

낯선 부고

누군가의 죽음은 감흥이 없다. 애도를 해야 하건만 망자와 기억이 없어서다. 오늘 저녁 사촌형에게 전화가 한 통 왔다. 막내 고모부가 돌아가셨다는 부고 소식이었다. 그런데 막내 고모부와 특별한 사연이 별로 없다. 만남이라고 해봤자 한두 번인가. 아마도 고모의 결혼식 한 번, 그리고 어디선간 한 번이었던 듯 하다. 그게 다다. 간이 안 좋다는 얘기를 몇 년전부터 듣고는 있었는데 뜻밖이다. ​ 막내 고모는 아버지의 형제자매 중 그나마 많이 본 친척 중 하나다. 어린 시절 집 근처에서 산 적도 있었다. 먼 시골에서 올라와 직장 생활을 하다 선을 봐 결혼을 했다. 그런데 딱히 고모부가 생활력이 있었던 거 같지 않다. 거의 고모가 얘들을 뒷바라지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멀리서 소식이 들려올 쯤에는 고모부가 참으로 무..

원고지/낙서장 2021.04.03

인간은 모순입니다

술 마신 다음 날 아침 전화가 울립니다. 출국 전 날 술을 같이 마신 “윤씨”입니다(지난 번 에서 언급된 바로 그입니다. http://aroundstudy.net/221581403343). 단잠을 깨우는 목소리에 짜증반, 무슨 일인가 싶어 걱정반으로 전화를 받았습니다. 공항에서 출국 전 어제 분실한 자신의 시계를 찾는 용건에 더해(칠칠치 못한 인간같으니라고) 나중(?)에 학위가 끝나면 보자는 인사였습니다. 갑자기 그와 나눈 어제 대화가 생각났습니다. 오락가락하는 그의 말에 참(!)으로 인간은 묘하구나라고 헛웃음이 나왔던 술자리였죠. ​ 그 날 그가 털어놓은 말 속 심정은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자신은 자살할지 모른다. 둘째, 자신은 결혼하고 싶다. 셋째, 학위를 마치면 출가하겠다. 그런데 이 진술..

원고지/낙서장 2021.04.02

당신은 어떤 책을 읽습니까?

햇볕 쨍쨍한 날이면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들고 공원 구석 그늘 밑 벤치에 앉아 한가롭게 책을 읽고 싶습니다. 오늘 같은 날이 바로 그런 날이죠. 그러나 일도 해야 하니 그 소망은 잠시 주말로 미뤄둬야 할 듯합니다.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는 게 몇 가지 있는 데 독서가 꼭 들어갑니다. 어릴 때 혹시라도 취미란을 작성할 기회가 있으면 독서외에 딱히 생각나지 않아 난감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어서 딱히 두드러 보이지도 않고 무미건조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취미를 가져보려 노력도 했으나 배운 게 도덕질이라고, 여전히 독서는 중요한 취미로 남아 있습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과거에는 서점에서 주로 서적을 구매했다면 지금은 거의 99% 온라인을 이용한다는 차이가 있..

원고지/낙서장 2021.04.01

다시 찾은 블로그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지난 몇 주 내내 논문발표 때문에 바빴습니다. 논문 통과를 위해 3번 발표를 해야 하는데 이번 학기에 겨우 2번째 발표가 끝났습니다. 원래 계획은 이번 학기에 마무리해야 하지만 그놈(?)의 게으름탓에 한 학기를 더 연기하게 됐습니다. 그래도 2/3는 끝났으니 여기에 만족하렵니다. 아직도 1/3은 남았지만 말입니다. ​ ​ 대충 급한 일이 끝나 이제는 생업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스위치 변경이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논문 발표를 위해 준비할 때는 하루하루가 너무 짧다고 느꼇는데, 한바탕 일을 치르고 나니 갑자기 시간이 많이 남아도는 느낌입니다. 거기에 더해 반갑지 않은 손님인 게으름까지 저를 찾아왔습니다. 게으름의 징후는 제게 기상시간과 취침시간으로 나타납니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원고지/낙서장 2021.04.01

동네 한 바퀴를 돌다

동네를 걷다 보면 낯선 풍경에 잠시 길을 멈추곤 한다. 달라질 것 없는 일상이지만 색다른 사물 때문에 달라진다. 버스 정류장 근처 새로운 간판에 시선이 사로잡혔다. 미아리에나 가야 볼 줄 알았는데 우리 동네에서도 드디어(!) 점집이 들어섰다. 주변 상권과 전혀 어울리지 않아 유독 눈에 띈다. ​ 잠시 동안 간판을 쳐다봤다. 시선을 사로 잡는 문구 "오로지 영으로 봅니다." ​ 미래를 알 수 있다면야 오늘이라도 가고 싶다. 그리고 드는 생각 하나, '요새 내가 생각이 많구나.' 점집에 가는 실천(?)을 하지는 않았다. 스스로 약해진 모습을 인정하지는 않나하는 두려움 때문에. 그래도 점집을 지나갈 때마다 유혹에 시달릴 거 같다. 갈까, 말까.

원고지/낙서장 2021.04.01

저에겐 작가의 벽이 없습니다?

요즘 글을 쓸 때마다 작가의 벽에 종종 부딪히곤 합니다. 어떻게 써야 할지 도통 감을 잡지 못해 컴퓨터 스크린만 쳐다봅니다. 시간이 흘러도 공고한 이 벽은 뚫릴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꾸준히 글을 써야 하는 처지인지라 이 순간은 고통스럽습니다. 작가의 벽이 통곡의 벽으로 변해 버리는 시간입니다. 이때는 펜이 흘러가는 대로 써야 한다는 조언을 되새기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 ​ ​ 수년 전에도 글을 잘 쓰고 싶은 욕심에 의식이 가는 대로 , 정확히 얘기하자면 무의식을 쫓아 글 쓰는 훈련을 했습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씻지도 않고(?) 침상 위 노트에 무작정 펜이 가는 대로 쓰곤 했습니다. 구상도 개요도 없이 그저 기분대로 써내려 갔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검열을 피하기 위해서 그렇게 애를 썼습니다. 그래..

원고지/낙서장 2021.03.31

이성의 존재 혹은 감정의 존재

이것이냐 저것이냐 ∙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하고 싶습니다. ‘당신은 이성적 존재입니까, 감정적 존재입니까?’ 이 질문은 우문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성적 존재이자 감정적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 둘 중 하나에 손을 들어주고 싶을지 모릅니다. 나는 이쪽이 세다, 또는 나는 여기에 어울린다는 식으로요.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새가 왼쪽과 오른쪽 두 날개로 날듯 인간은 이성과 감정 모두를 갖춘 존재라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기본적 사실조차 부인한다면 사업에서나 일에서 큰 실수를 치를지 모릅니다. 특히 이성중심적으로 인간을 바라본다면 낭패의 연속입니다. ∙ 고백하자면 지금껏 저는 앞선 실수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배웠기 때문인지 아니면 저의 신념이었는지 모르지만, 항상 ‘인간은 이성적 존..

원고지/낙서장 2021.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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