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낙서장

낯선 부고

공부를 합시다 2021. 4. 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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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죽음은 감흥이 없다. 애도를 해야 하건만 망자와 기억이 없어서다. 오늘 저녁 사촌형에게 전화가 한 통 왔다. 막내 고모부가 돌아가셨다는 부고 소식이었다. 그런데 막내 고모부와 특별한 사연이 별로 없다. 만남이라고 해봤자 한두 번인가. 아마도 고모의 결혼식 한 번, 그리고 어디선간 한 번이었던 듯 하다. 그게 다다. 간이 안 좋다는 얘기를 몇 년전부터 듣고는 있었는데 뜻밖이다.

막내 고모는 아버지의 형제자매 중 그나마 많이 본 친척 중 하나다. 어린 시절 집 근처에서 산 적도 있었다. 먼 시골에서 올라와 직장 생활을 하다 선을 봐 결혼을 했다. 그런데 딱히 고모부가 생활력이 있었던 거 같지 않다. 거의 고모가 얘들을 뒷바라지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멀리서 소식이 들려올 쯤에는 고모부가 참으로 무능한 사람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설령 그 이유가 건강 때문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어찌됐든 누군가의 죽음은 여러가지 감정에 빠져들게 만든다. 좋든 싫든 어떤 관계로 이어졌으니까. 내일은 문상을 가야 한다. 일년에 한번 보면 많이 보는 친척에게 애써 웃으며 인사도 해야 한다. 그리고 알려주고 싶지 않은 나의 근황을 알려줘야 한다. 누군가의 죽음에 누군가의 생활을 확인한다는 게 웃기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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