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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의 언어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지닌 언어적 특성이 있다고 한다. 처음에 그 얘기를 들었을 때 단순히 그 특성이 부정의 언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저 '살고 싶지 않다'와 같은 그런 종류의 말이라고 지레 짐작한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에 따르면 우울증의 언어가 갖는 두드러진 특성 가운데 하나는 주어 '나'의 빈번한 사용이라고 한다. 실제로 우울증을 앓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의 유서를 보면 이 '나'라는 주어 사용이 빈번하다고 한다. 다른 언어적 특성보다도 이 단어의 사용이 우울증을 변별하는 특성이 된다고 전문가는 전한다. 그러고 보면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온통 관심사가 타인이나 외부 세상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스스로 병들고 아프기에 남을 신경쓸 여력이 없는 것이다. 우울증 환자의 심리 상..

좋아하는 일 VS. 잘 하는 일

예전에 어르신들이 종종 말했다. 좋아하는 일 하지 말고 잘 하는 일을 찾아 먹고 살라고.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면 이 말이 맞다. 적어도 고생하지 않으려면. 그런데 인간사라는 게 항상 순리대로 돌아가는 게 아니다. 설령 잘 하는 일은 아니라 할지라도 좋아하는 일에 도전해 깨져 보고 상처입고 끝까지 해보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다. 나란 인간을 곰곰히 생각해보면 잘 하는 일보다는 항상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오던 사람이었다(그래서 내가 지금 이런 개고생(?)을 하나). 내심 합리적 결단이라고 자위했지만 판단의 근거에는 항상 내 욕망이 있었다. 아마도 스스로 평가하기를 좋아하는 일을 해야 일의 능률이 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런 배경에는 지난 삶의 궤적이 있다. 나름 성취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원고지/낙서장 2022.05.03

삶이 지루한 당신에게

오늘 화제의 뉴스 중 눈에 띄는 기사가 있었다. 무려 14년 전 네이버 지식인에 남긴 답변을 채택하고 포인트 1만점을 선물한 누군가의 이야기였다. 더 재미있었던 부분은 그 답변을 올린 사람도 그 선물에 감사하며 다시 글을 남겼다는 사연이었다. 지금은 30대로 현재를 열심히 살 이들 이야기의 시작은 무려 고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등학교 2학년생이었던 질문자는 삶이 무료한 자신의 문제에 답을 원했고 고등학교 3학년생이었던 답변자는 나름의 조언을 정성껏 해줬다. 저 사연의 주인공들 삶이 현재 어떤지 아무도 모른다. 10대 한자락 그 시절처럼 삶이 지루할지, 아니면 누구의 삶보다도 역동적일지 말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은 화제의 질문자처럼 저런 고민을 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 시간은 무엇을 해야 할..

버티며 쓴다

온통 머릿속은 어지럽고 일이 안 잡히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면 안절부절 이리저리 헤매고 다닌다. 작업실을 왔다갔다한다든지 쓸데없이 인터넷 여기저기를 서핑하고 돌아다닌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간다. 그런 날을 마무리할 때는 후회가 찾아온다. ‘조금 더 참은 걸.’ 그러나 시간은 지나갔고 헛된 다짐만 남는다. 그런데 왜 나는 실수를 반복하는가? ​ 보통 그런 날을 복기해보면 잘 하고 싶다는 열망이 시간을 망친 경우가 많다. 원고를 더 잘 쓰고 싶어서, 기획서를 더 잘 작성하고 싶어서 등 사연은 다양하다. 그러나 원인은 하나다. 욕심이 과해서다. 그런 일이 발생하는 예가 글쓰기다. 차라리 이곳 블로그는 편하다.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블로그는 매일매일 쓰는 데 집중하는 편이지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하지는 않는..

원고지/낙서장 2021.04.14

시간은 삶을 만드는 재료다

바람은 서늘하고 햇볕은 따사로운 날이다. 이런 날 벤치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살아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사하다. 바람결에 하늘을 한번 쳐다볼 여유가 절로 생긴다. 며칠 동안 집중도 잘 안 되고 계획은 탄력을 받지 못해 지지부진하고 있었다. 마음이 산란거리니 어떤 일도 능률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화장한 날은 이 하나만으로도 사람에게 힘을 준다. 무언가 해야 할 것 같고 누군가를 만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 여전히 공원은 마스크를 쓴 사람으로 가득하다. 그래도 아이들은 개의치 않는다. 광장을 뛰어 다니고 어른들은 그 운동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살아있다는 것은 운동이다. 이 운동 속에서 반복은 차이를 낳을 계기를 마련한다. 그래서 나는 그런 장면을 볼 때 변화의 힘을 얻는다. ..

원고지/낙서장 2021.04.04

노인들의 후회

살다보면 핑계가 많아진다. 돈이 없어서, 나이가 많아서, 가족 때문에 등 이런저런 이유로 하고 싶은 것을 못하고 산다. 물론 자신의 욕망을 적절히 제어하고 줄이면서 사는 게 나쁘지는 않다. 조금 부족한듯 살면서 순간순간의 의미를 찾는 삶도 가치가 있다. 그러나 ‘정말로’ 하고 싶은 삶을 못 살고 노년을 맞이한다면 어떨까? 아마도 지나간 시간을 애석해하고 한번 해볼껄하며 속으로 그 시간을 그리워하지 않을까. 실제로 노인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보면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 뭐냐고 묻자 해본 일이 아니라, 해보지 못한 일을 일순위로 뽑았다고 한다. ​ ​인생이란 그렇게 보면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야 할 이유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새 나이든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노년에 접어들어 과거를 돌아..

발뮤다에게서 배운다

죽은 빵도 살려준다는 발뮤다의 스팀 토스터를 아시나요. ‘일본 가전의 애플’이라고 불리는 발뮤다는 스팀 토스터뿐만 아니라 공기청정기, 가습기, 선풍기 등 다수의 가전제품을 판매합니다. 단순한 디자인을 지닌 발뮤다 제품을 보고 있자면 ‘일본 가전의 애플’이라는 수식어에 저절로 고개가 끄떡여 집니다. 그런데 발뮤다의 역사는 생각보다 굉장히 짧습니다. 발뮤다는 창업자 테라오 겐이 2001년에 1인 기업으로 출발한 기업입니다. 발뮤다의 창업스토리를 읽으면서 창업자 테라오 겐의 삶에도 저절로 관심이 갑니다. 테라오 겐은 17살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어머니의 사망 보험금으로 지중해 여행을 1년 떠납니다. 그리고 ‘최소의 것으로 최선의 삶’을 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귀국해 10년 동안 록밴드 활동을 합니다. 그러나 ..

미래를 바꾸려면 삶의 태도를 변화시켜라

어린 시절 나는 참으로 논리적인 사람이 되고자 열망했다. 평소 스스로를 평가하기에 감정적 인간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사안을 판단하고 행동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던 탓도 있다. 그래서 대학 시절 내가 관심 갖고 있던 주제 중 하나는 가령, ‘합리적 결단’이었다. 어떻게 하면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것인가. 철학을 공부하면서 특히 논리학과 관련된 전공 수업을 열심히 들었던 이유도 이런 사정에 있었다. 그 생각이 대학원 공부까지 이어졌다. 이런 생각은 이후 나의 삶에 오랫동안 영향을 끼쳤다.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려는 태도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 ​ 단순한 진실 하나! 세상은 논리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학교라는 울타리는 겉으로 보자면 논리가 작동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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