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자기 배려의 기술

삶이 지루한 당신에게

공부를 합시다 2021. 11. 10.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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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화제의 뉴스 중 눈에 띄는 기사가 있었다. 무려 14년 전 네이버 지식인에 남긴 답변을 채택하고 포인트 1만점을 선물한 누군가의 이야기였다. 더 재미있었던 부분은 그 답변을 올린 사람도 그 선물에 감사하며 다시 글을 남겼다는 사연이었다. 지금은 30대로 현재를 열심히 살 이들 이야기의 시작은 무려 고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등학교 2학년생이었던 질문자는 삶이 무료한 자신의 문제에 답을 원했고 고등학교 3학년생이었던 답변자는 나름의 조언을 정성껏 해줬다.

 

저 사연의 주인공들 삶이 현재 어떤지 아무도 모른다. 10대 한자락 그 시절처럼 삶이 지루할지, 아니면 누구의 삶보다도 역동적일지 말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은 화제의 질문자처럼 저런 고민을 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 시간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게다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견뎌야 하는 순간이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저런 지루한 시간이 돌이켜보면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다는 사실이다.

 

내가 보기에 지루하다는 의미는 삶의 큰 고통이 없다는 의미다. 누군가의 관점에서 그런 삶은 축복이다. 아마도 내가 이제는 연식이 들어 이런저런 삶의 희노애략을 경험한 지라 그런지 모르겠다. 차라리 저런 고민을 했던 시간은 그 이후 다가올 고통의 순간을 몰랐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다. 무료하다는 것은 걱정의 부재인데 그런 삶은 백번양보해도 절대(!) 나쁜 삶이 아니다.

 

질문자는 그런 평온한 순간조차 견디기 힘들었나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보고 싶고 꿈꾸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젊은 시절은 내가 보기에 때로는 '지루함'으로 불리는 막간의 안정을 견디기 힘든 시간이다. 권태를 견디지 못하기에 계속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 그래서 그 시간은 기대의 시간이지만 한편으로 불안의 시절이다. 안정된 삶을 이루기 위해서 무언가를 계속 쟁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삶이 지루할 때 오히려 나는 감사하다. 아직 내 가슴 속에 무언가를 해보고 싶고 쟁취하고 싶은 열정을 되살려야 하는 시간이어서다. 그래서 지루함이야말로 삶의 여유가 주는 잠깐의 휴식이라고 부르고 싶다. 혹시 삶이 지루한가? 걱정하지 마라. 시간이 지나면 당신은 지금 이 순간을 그리워하고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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