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자기 배려의 기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공부를 합시다 2021. 10. 6.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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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적인 질문을 하나 던지고 시작해보자.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문제가 어려운가.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이 질문에 쉽게 답변하지 못한다면, 나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사랑해야 할 사람은 바로 당신 자신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나의 이런 답변에 딴지를 걸지 모르겠다. 그러면서 내가 얼마나 이기적인(?)인 인간인지 상상할지 모른다.

 

오해하지는 말자. 주변에서 나는 '호인'이라 불리는 사람이다. 꽤나 이타적인 인간이라고 평가받는다. 그럼에도 내가 저 질문에 단호히 답을 내리는 이유가 다 있다. 기본적으로 타인을 사랑한다는 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일의 확장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 이는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 사랑에 본질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대상을 향한다는 것일 테다. 이때 출발은 바로 나 자신을 향한 돌봄이다.

 

자신을 아끼지 못하는 이는 가장 소중한 자신을 타인을 위해 희생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 후보가 연인이든 배우자이든 가족이든 친구이든지 말이다. 그래서 나는 자신을 사랑할줄 아는 사람만이 타인을 사랑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만약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오늘자 기사를 보다 흥미로운 뉴스를 찾았다. 무려 19년동안 중학교 때 만난 과외교사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한 피해자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내용이었다. 흥미롭게도 가해자는 여성이었고 피해자는 남성이었다. 청소년에서 성인이 되도록 피해를 받았던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해당 가해자는 법적 처벌을 받았지만 그 긴 세월 동안 피해자가 당한 정서적 학대는 읽기만 해도 잔인했다.

 

나는 가스라이팅과 같은 정서적 학대가 지나치게 상대를 배려해 정작 신경써야 할 자신을 돌보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가장 사랑해야 할 사람은 내 자신이라는 사실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이들 가해자들은 항상 피해자의 선한 마음을 역으로 이용한다. 억압과 착취로 자신의 잇속을 챙긴다. 만약 저 피해자가 가장 사랑해야 할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을 일찍 깨달았다면 고통의 시간은 일찍 끝났을 것이다.

 

무조건적인 배려는 답이 될 수 없다. 누군가 당신의 선의를 악의로 되갚는다면 더 이상 친절을 배풀지 말라. 그것이야말로 가장 사랑해야 할 내 자신에 대한 가장 큰 돌봄이다. 가장 사랑해야 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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