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자기 배려의 기술

혼자 살 때가 걱정스러운 순간

공부를 합시다 2021. 9. 2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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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삶이 딱히 나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제목처럼 혼자 사는 삶이 걱정스러운 순간이 찾아온다. 단순히 등에 파스를 붙이고 싶어도 도와줄 이 없는 웃고 슬픈(?) 상황 때문에 그런 게 아니다. 홀로 사는 삶이 걱정스러운 순간은 딱히 감정의 동요가 없는 시간이 계속될 때이다. 누군가의 눈에는 평온하다고 보일지 모르지만 이게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날이 많다. 그렇다고 불안감에 잠을 못 자는 것도 아니다. 외부에서 오는 자극에 특별히 감정의 변화가 없다는 게 고민의 골자다.

 

누군가는 타박을 할지 모르겠다. '평온한 삶이 뭐가 문제냐?' 정확히 말하자면 나의 상황은 '무덤덤하다'가 어울릴 듯 싶다. 평소에 내가 굉장히 감정 기복이 많던 사람도 아니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나는 어릴 때부터 말이 없고 쉽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게다가 언제나 자신에게나 타인에게나 적당한 거리두기를 강조하며 사는 게 삶의 모토였다. 그렇기에 어떤 일이 닥쳐도 격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살았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감정의 동요가 없다는 사실이 정말로 사람이라면 느껴야 할 인생의 희노애락을 못 느끼는 삶이 아닐까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현재 삶의 큰 파도가 없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참 재미없게 산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고 보면 어릴 때도 그랬다. 20대때 누군가 다음처럼 질문을 던졌다.

 

"연애는 하냐?"

 

"아니오."

 

"게임은 하냐?"

 

"아니요."

 

"술은 먹냐?"

 

"아니요."

 

"그럼, 무슨 재미로 사냐?"

 

"......"

 

지금 생각해보니 20대때 나의 삶이나 훌쩍 나이든 지금 모습이나 별반 달라진 구석이 없다. 수년 전 마지막 연애가 끝난 후 더 이상의 썸씽은 없다. 억지로 만난다고 인연이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지금도 게임을 즐기지 않는다. 자칫하면 게임 페인(?)이 될까 싶어 경계한지 오래다. 마지막으로 술자리도 즐기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다. 일단 한잔만 마셔도 얼굴에 홍조가 띠는 게 싫다.

 

시간이 간다. 연휴가 끝날 때마다 나는 어떤 삶을 한때 꿈꿨을까 생각해보곤 한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행복한 삶'이 나의 목표였다. 과연 나는 그런 날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문득 내가 감정의 변화가 너무 없다고 걱정스런 마음이 든 이유도 이 질문과 관련이 있다. 평온한 삶을 원했으나, 그렇다고 무덤덤한 삶을 원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고 보니 요즘 내게 필요한 수업은 감정 수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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