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낙서장

버티며 쓴다

공부를 합시다 2021. 4. 1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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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머릿속은 어지럽고 일이 안 잡히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면 안절부절 이리저리 헤매고 다닌다. 작업실을 왔다갔다한다든지 쓸데없이 인터넷 여기저기를 서핑하고 돌아다닌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간다. 그런 날을 마무리할 때는 후회가 찾아온다. ‘조금 더 참은 걸.’ 그러나 시간은 지나갔고 헛된 다짐만 남는다. 그런데 왜 나는 실수를 반복하는가?

보통 그런 날을 복기해보면 잘 하고 싶다는 열망이 시간을 망친 경우가 많다. 원고를 더 잘 쓰고 싶어서, 기획서를 더 잘 작성하고 싶어서 등 사연은 다양하다. 그러나 원인은 하나다. 욕심이 과해서다. 그런 일이 발생하는 예가 글쓰기다. 차라리 이곳 블로그는 편하다.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블로그는 매일매일 쓰는 데 집중하는 편이지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하지는 않는다. 그저 편하게 쓰고 꾸준히 작성하려 애쓸 뿐이다.

목적이 뚜렷하고 성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글은 압박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 버린다. 평소 같으면 아이디어 몇 가지를 나열하고 그 사이 관계를 매꿔나간다. 타자 소리가 경쾌하게 들릴수록 작업은 쉽게 끝난다. 그런데 오늘은 쉽지 않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지금 나는 이 글을 어떤 작업이 막혀서 대신 쓰고 있다. 첫 줄을 어떻게 써야 할지 한창 고민하다 잠시 이곳으로 넘어왔다. 잠시 샛길로 빠져버렸다.

이 경우 해법이 특별히 없다. 의자에 진득하니 앉아서 쓰는 방법 외에 없다. 황석영 작가의 말처럼 ‘궁뎅이가 작가를 만든다’. 항상 그랬다. ‘작가의 벽’은 오게 마련이고 그 앞에서 울어 봤자 소용없다. 그런 점에서 나이가 들수록 글을 쓰는 과정이 삶과 비슷하다고 느낀다. 아무리 힘들어도 참고 견뎌야 한다. 누구도 대신해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 얽힌 실타래는 자신이 풀어야 한다. 과거를 복기하자면 시간이 흘러 보면 어떻게든 결과는 나오게 돼 있다. 이 모든 것을 안다. 다만 힘들 뿐.

글을 쓰는 것은 견디는 작업이다. ‘버티자.’ 요새 나는 이 말을 마음 속으로 외치고 있다. 여기 남기는 글은 그런 노력의 흔적이다. 아! 다시 돌아가야 할 시간이 왔다. 잘 써 보려고 했던 그 글을 완성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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