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낙서장

소음에 대처하는 방법

공부를 합시다 2021. 4. 2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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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집에 있다 보니 옆 집에서 꿍짝궁짝거리는 음악 소리가 들린다. 낮이야 낮이라는 이유로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산다. 그러나 밤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고용한 침묵을 깨고 들려오는 잡다한 소리에 신경이 곤두서기 때문이다. 종종 미디어에 나오는 층간 소음 분쟁이 남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내가 관리실을 거쳐 항의한다든가 아니면 직접 찾아가 낯을 붉히며 싸운 적은 한번도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거 같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우선 누가 사는지 잘 모른다. 노인 한분이 사시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어른 한 둘이 사는 거 같기도 하다. 출퇴근 길에 우연히 마주치지 않는 한 그들의 정체는 모를 일이다. 아마도 그들도 옆 집에 사는 나의 신상을 모를 거 같다. 내가 본 적 없으니 그들도 본 적이 있겠는가. 다만, 정체 모를 소음과 음악 등 기타 소리만이 존재만을 인식시킬 뿐이다. 이렇게 안면도 없는 사람에게 항의를 한다는 게 쉽지 않다.

둘째, 내가 항의한다고 해서 약발이 설까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저런 소음 따위엔 무뎌져 밤 중에 취침할 때는 아랑곳없이 잠만 잘(!) 잔다. 몇 년 전 옆 집에서 들려오는 노래 <합정역 5번 출구>에 노이로제가 걸릴 뻔한 적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보면 놀랄 일이다. 그때는 정말 쌍욕이 나올 정도였다. 자정을 넘어 새벽 2시까지 이어지는 메들리에 나중에는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작은 소리에도 민감한 내가 이렇게 무뎌진 건 무엇보다 성실한(?) 생활 때문이다. 피곤하건 말건 아침 시간에 일어나 일과를 시작하고 운동도 꾸준히 하는 등 정리정돈된 생활이 큰 역할을 담당했다. 아침부터 밤까지 스케줄을 소화하다보면 딴 생각할 사이가 없다. 해야 할 일은 많고 시간은 아껴야 하니 바쁘게 뛰어다니다보면 벌써 밤이다. 그렇게 지쳐 침상에 눕자마자 꿈나라로 간다.

덕분에 나는 층간 소음에 무뎌진 인간으로 살게 됐다. 하지만 주변에 다 나같은 인간만 있지는 않다. 가끔 만나는 동생이나 친구 등 지인들은 소음 문제를 종종 얘기하곤 한다. 그들에게 뾰족한 해법이 있지는 않다. 당장 집을 팔고 이사하라고 종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가끔 항의하거나 아니면 참는 게 다다. 그런 면에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소극적 방법이다. 몸을 피곤하게 만들어 어둠을 뚫고 나오는 소리를 무시하는 방법을 쓰니 말이다.

세상사 너무 민감하면 힘들다. 소음 문제도 그런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람 사이 분쟁이 발생하면 가장 걱정스런 부분은 감정 싸움이다. 감정이 상하면 원한이 생기고 언젠가는 큰 일을 치르게 마련이다. 그러니 적당히(?) 양보하고 적당히(?) 참고 사는 게 최선이다. 아니면 공동 주택을 벗어나 단독 주택으로 이사하는 수밖에. 사실 내가 꿈꾸는 것은 언젠가 마당 넓은 단독 주택으로 이사가는 것이다. 그때까지 참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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