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낙서장

판도라의 상자에 남은 것은 무엇인가?

공부를 합시다 2021. 5. 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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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읽었던 책은 오랜 세월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때 그 시절 책 한 구절이 어느날 문득 기억난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지금 여기와 아무 상관 없는 일인 듯한데 갑자기 수면 위로 올라오니 말이다. 오늘도 그렇다. 아침 중요한 거래를 망치고(?) 나서 나는 그리스 신화의 판도라를 떠올렸다.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떠밀려 읽었던 그리스 신화의 이야기 한 토막이었다. 나쁜 결과가 나올 때마다 내게 남아 있는 것은, 판도라 상자마냥 희망밖에 없나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판도라'는 몰라도 '판도라 상자'는 들어봤을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판도라는 제우스가 신들을 총동원해 만들었다는 인류 최초의 여성이다. 판도라의 의미는 '모든 선물을 받은 자'라는 뜻이다. 정말 그 이름처럼 판도라는 신들에게서 선물을 받았다. 가령, 헤파이스토스는 아름다운 몸을, 아프로디테는 매력을, 헤르메스는 꾀를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제우스가 판도라를 만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기대와 달리 인간을 시샘해 재앙을 선사하고 싶었기 때문이란다. 그런 의미에서 판도라는 트로이의 목마마냥 인류에게 보내진 재앙이었다.

 

판도라가 상자를 열어본 뒤 이야기는 다 알 것이다. 인류에게 해로운 온갖 고통거리가 나왔지만 그와 함께 희망도 나왔다. 나는 이 이야기를 생각할 때마다 희망이란 기대가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차라리 희망조차 없다면 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하고 빨리 포기하련만 1%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계속 미련을 갖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간이란 존재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지만 때로는 비현실적인 것에 의존하곤 한다. 어쩌면 희망도 그런 존재(?) 아닐까.

 

언젠가 내가 고백했듯이 한창 일이 잘 안 풀린다고 생각했을 때는 가끔 점집이라도 가볼까라고 고민한 적이 있다. 물론 실천으로 옮기지는 못(안)했다.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돈 낭비, 시간 낭비라고 생각해서다. 게다가 더욱 중요한 이유는 내가 나약하다는 인정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힘든 일이 생기면 무엇에라도 의지하고 싶은 존재가 인간이다. 그럴 때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요즘 내가 좋지 않구나'라고 느낄 뿐이다.

 

희망이 나쁠 리 없다. 현실이 달라질 것 없다고 믿는다면 앞으로 살아야 할 의지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실이란 단순히 주어진 것도 아니고 만들어진 것도 아니다. 오히려 둘 다의 성격을 지녔다. 주어진 상황이야 어쩔 수 없는 노릇이겠지만, 앞으로 만들어 갈 것은 얼마든지 노력해서 성취할 수 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는다. 그런 점에서 나는 앞으로 달라질 것을 꿈꾸는 사람이다. 그래서 저 판도라의 상자도 계속 떠올리나 보다. 앞으로의 만들어갈 무언가를 꿈꾸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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