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낙서장

어떤 결혼 이야기

공부를 합시다 2021. 5. 2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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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최근 결혼한 친구다. 그런 그가 최근 결혼 생활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듣고 나서는 짜증(?)이 났다. 이유는 연애 때부터 그에게서 들은 이야기의 반복이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상대에게서 존중받지 못해서 기분이 나쁘다는 것이었다. 그날의 내용은, 무슨 문제인지 모르지만 안방의 보조 침대를 다른 방으로 옮겼다는 게 골자였다. 당분간 각방을 쓰자는 암묵적 메시지를 상대가 보낸 셈이었다.

결혼 전부터 그는 자신의 이상형을 '어리고 예쁘고 착한 여자'로 나발불던 사람이었다. 적어도 몇 개월 전 결혼할 때, 앞의 두 조건, '어리고 예쁘다는' 조건은 달성된 듯 싶었다. 그 또한 아버지의 유산을 받은 자산가이니 소망대로 '트로피 와이프'를 얻은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녀가 전혀 착하지 않다(?)는 것이다(적어도 내눈에 그렇다). 결혼 전 연애 기간 동안 내가 그에게서 들은 그녀의 행동은 배려가 없었다. 물론 그것은 나의 친구의 전언이다. 진실은 모를 일이다.

그의 결혼이 행복하길 기대했으나 현실은 딴판이다. 결혼 직후 몇 개월밖에 안 됐는데 저러고 있으니 말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결혼 신고는 하지 않았다고 전하는 그의 말에 나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최악의 경우에 헤어질 각오도 하고 있다는 말로 들렸으니까. 그의 고민에 공감(?) 해주면 좋으련만 앞선 나의 고백처럼 쉽게 응해주기 힘들었다. 내가 보기엔 그의 태도도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연애 시절부터 그는 시도때도 없이 선물 공세를 해댔다. 그의 말로는 얼마 안 된다고 했지만, 평범한 사람의 눈에는 금액이 어마어마했다. 상대와 나이차도 나고 그녀가 한때 연예인 제안까지 받을 정도로 미인이라고 하니 한편으로 그의 행동도 이해가 됐다. 그러나 시도때도 없는 선물은 선물이 아니다. 특별하지 않으니 상대는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주변에서 숱하게 그러지 말하고 얘기했건만 그는 요지부동이었다.

결국엔 수년간 연애(?) 뒤 결혼에 골인했으나 그의 사업이 곤란을 겪으면서 문제가 터져나왔다. 상대가 잠시 참아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내가 해줄 말은 그저 '끝까지 노력해봐'가 다였다. 삼자가 타인의 문제에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하물며 결혼생활은 말하리 무엇하리. 다만, 전화가 끝나고 나서 그가 행복하길 빌었다. 어떤 결론이 나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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