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낙서장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죠

공부를 합시다 2021. 4. 29.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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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그가 결혼을 했다! 이 사람이 누구냐? 대학 동기로 평소 내가 "형"이라고 부르는 절친이다. 이 사람이 결혼을 하기 전 항상 노래하던 레퍼토리가 있었다. '어리고 이쁘고 착한 여자랑 결혼할 거다.' 그의 소원대로 반은 성공한 결혼을 했다. 거의 띠동갑에 가까운 여인과 결혼했으니 어린 것은 분명하고, 무용을 전공하고 한때 연예계 입문까지 제안받을 정도로 미모가 뛰어나다고 하니 예쁜 것도 분명한 것 같다. 다만, 그의 소원대로 착한 것까지는 잘 모르겠다. 수년간의 연애 기간 동안 여자 친구에 대한 아쉬움만 토로했으니까.

 

뭐 어떤가. 그는 드디어(!) 결혼을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탓에 결혼식을 가지 못하고 축의금을 보내며 전화 통화로 축하를 해줬다. 이런 그가 항상 나에게 하는 소리가 있다. 나야말로 까다롭단다. 언제나 긴 연애를 하지 못하는 나를 보고 하는 소리다. 그 연애조차 이제 나이가 드니 못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 모르게 됐지만 말이다. 그가 그런 소리를 할 때마다 내가 하는 소리가 있다. "내가 눈이 높은 게 아니라 그냥 상대가 맞지 않았을 뿐이야." 지금도 나는 이 생각을 고수하고 있다.

 

애당초 잘 맞지 않은 사람이라면 나이 때문이라는 이유로 만나야 된다는 생각은 지금도 하지 않는다. 몇 년 전까지 결혼하라고 잔소리해대던 친척도 더 이상 의례적인 말조차 하지 않는다. 이젠 혼기를 놓쳤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셈이다. 그렇다고 내가 연애나 결혼을 아예 생각조차 하지는 않은 것은 아니다. 지난 해 긴 대학원 생활을 끝났을 때 새로운 일을 시작하며 새로운 인연을 꿈꿨다. 그러나 세상일이 모두 그렇다. 계획 대로 잘 되지 않는다.

 

코로나바이러스탓에 세상은 흉흉하니 행동 반경이 대폭 줄어 들었다. 모임이라도 한번 나가볼까 생각을 했지만, 저런 시국에 모임에 나갔다가 병이라도 걸리면 그 화를 어떻게 견딜지 모를 일이다. 그 결과 내가 선택한 길은 자발적인 격리였던 셈이다. 그런 상황이 올해라고 달라지지 않았다. 일단 사람 많은 곳에 간다는 게 여전히 꺼려지니 말이다. 여기에 더해 새롭게 시작한 일도 지지부진하니 새로운 사람을 만날 꿈을 꾸기에는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흘러 지금까지 왔다.

 

인연을 만나지 못했다고 걱정하는 단계는 벗어난 듯 하다. 어차피 결혼이 삶의 목적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으니까. 그러나 나이가 들다보니 자연스럽게 삶의 활력이 떨어지지 않나 걱정이 될 뿐이다. 나름 건강한 리듬으로 살아간다고 자부하지만, 그 리듬 속에는 사람과 만남이 포함되어 있지는 않다. 아무래도 다양한 사람을 만난 경혐이 쌓이고 그 안에서 교훈도 얻은 탓일 것이다. 앞서 내가 절친에게 항상 하는 소리에는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걔중에는 나의 기준으로 '나쁜' 사람도 있었다.

 

소중한 나의 시간을 상대를 이용하려는 사람까지 만나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컸다. 그런 면에서 나이가 들수록 인연을 만나기는 정말(!) 힘들다. 그만큼 세상 보는 안목이 늘었다는 증거다. 그러나 인연을 만날 노력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 '포기'나 '체념'이란 단어는 내가 정말 싫어하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나는 좋은 사람을 만나기를 꿈꾸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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