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낙서장

자본주의는 생활이다

공부를 합시다 2021. 4. 8. 16:23
반응형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시장을 간다. 혼자사는 처지니 찬거리나 생필품을 많이 살 필요가 없다. 그래서 대형 마트를 갈 일이 거의 없다. 게다가 공산품은 인터넷에서 검색해 구입하면 훨씬 싸다. 하지만 야채나 채소, 그리고 생선 등은 시장에서 구입하는 편이 훨씬 낫다. 소량 구입도 가능하고 그때그때 구입하니 신선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장은 나의 규칙적인 방문 장소가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시장을 둘러보고 있으면 사람들의 웅성거림 속에서 세상의 활기를 느낀다. 지난 번 방문에도 나는 비슷한 경험을 했다.

젓갈을 구입하러 방문했던 가게 주인장은 나를 “사장님”이란 호칭으로 불렀다. 그냥 의례적인 존칭의 의미지 그 단어에 특볋한 의미가 담겼을 리 없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생소하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한편으로 그런 단어가 어울리는 나이가 돼버렸네라는 생각에 씁쓸했다. 이와 함께 손님을 부르는 존칭이 왜 “사장님”, “사모님”으로 불리는가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예전에는 “손님은 왕이다”라는 표어가 쓰이곤 했는데 이제는 “손님은 사장님”인 시대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산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란 결국 계급 사회 아니던가. 반드시 ‘부르주아지’, ‘프롤레타리아’와 같은 전문 용어를 가져다 사용하지 않더라도 경제적 차이에 따라 계급이 나눠져 있다. 이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시장에서 내가 들었던 저 ‘사장님’이란 호칭은 우리 사회가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자본가를 가장 정점에 두고 움직이는 자본주의 사회라는 사실을 넌지시 보여주는 듯 하다. 이때 저 사장님은 구멍가게 사장이 아니라 재벌 정도는 되야 할 것이다.

자본주의는 단순한 경제체제가 아니다. 경제체제이자 생활양식이다. 시장에서 만난 가게 주인은 그런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을 터이다. 아마도 나를 포함해 주변 모두가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을 듯 하다. 그렇기에 스스로가 자본주의를 내면화하고 살아가지 않는다면 적응하기가 힘들다. 그리고 그런 무의식은 돈에 대한 욕망으로 표출되기 쉽다. 오로지 “돈, 돈, 돈”을 외치며 자본을 증식하는 데 열중하는 것이다. 그런 예가 부동산과 주식 아닐까. 온통 경제 뉴스를 차지하는 소식은 부동산 아니면 주식이다.

이런 사정은 나도 다르지 않다. 부동산은 딱히 흥미가 없지만 주식은 관심 갖고 공부를 하는 처지다. 그럴 때마다 한편으로는 재밌다는 생각도 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본이야말로 진정한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모두 변하지만, 자본의 이 변화야말로 정말로 빠르기 때문이다. 그 속도를 따라가지 않는다면 낙오한다.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는 오늘도 뛰어 다닌다.

반응형

'원고지 > 낙서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버티며 쓴다  (0) 2021.04.14
코로나 블루의 시대  (2) 2021.04.12
노동자를 위한 사회는 없다  (0) 2021.04.07
누구나 한때 젊었다  (2) 2021.04.06
동물 농장  (0) 2021.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