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낙서장

누구나 한때 젊었다

공부를 합시다 2021. 4. 6.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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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전직원들에게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을 선물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책 선물의 이유는 새로운 세대를 알아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고 전해집니다. 단신 기사로 전해지는 뉴스에 인터넷 서점을 잠시 들어가 어떤 책인가 둘러보기도 했습니다. 제 눈에 책을 바라보는 서평과 평가하는 별점은 그리 좋지 못한데 어쨌든 대통령의 눈에 띠어 베스트셀러가 될 듯합니다. 출판사나 저자나 뜻하지 행운입니다.

대통령이 추천한 책이라면 그 소식 하나라도 큰 화제거리고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끼칠 듯합니다. 평소에도 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욕망할까 저는 궁금해하는 편입니다. 특히나 새로운 세대, 소위 ‘밀레니얼 세대’라고 부르는 젊은 세대는 미래의 세대이기에 여러 이유로 관심거리입니다. 그런데 얼마나 그들을 이해하고 있을까요? 흔히들 ‘N포 세대’ 퉁쳐 부르고 많은 기회를 박탈당한 세대로 그냥 소극적으로 규정하고 넘어가는 거 아닐까 싶습니다. 정말로 20대를 이해하고 거기에 맞춰 정책을 입안한다든지 추진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선거 때나 반짝 주목을 받을 뿐입니다. 그 이유는 단 하나죠. 표 때문입니다.

 

​때로는 20대를 그저 ‘아프니까 청춘이다’처럼 그 나이는 다들 그래라는 체념론을 퍼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회적 구조의 문제는 도외시한 채 당사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 같아 위험한 접근으로 보입니다. 반드시 아파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20대론은 항상 있었습니다. 글쓴이의 20대도, 아마도 여러분의 20대도 그 시대의 젊은 세대를 규정짓는 세대론이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XYZ세대 담론입니다. X세대는 70년대생을, Y세대는 2000년대 들어 성인이 된 세대로 밀레니얼 세대를, Z세대는 X세대의 자식세대로 유튜브 세대를 일컫습니다. 이들 중 청년 세대는 Y세대, 밀레니얼 세대라 관심의 대상인 듯합니다.

세대론 논쟁을 보면서 가끔 저의 20대는 어땠을까 생각해보곤 하는데, 개인적으로 집안 사정상 그리고 IMF라는 한국사회의 거대한 역경 때문에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 굉장히 큰 파도가 덥쳐 스트레스가 심했습니다. 원하는 진로를 가지 못하고 어떻게 보면 세상과 지금까지도 불화하는 이유가 그런 이유들에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선물했다는 한 권의 책에서 저의 20대와 지금의 20대가 동시에 떠오르는 이유는, 사회구조적 이유로 자신의 뜻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좌절하는 청년세대에서 과거의 제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꼰대가 되가서 누군간에게 조언을 한다는 것이 상당히 큰 모험입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맥락을 타인의 맥락에 투사시켜 상황을 단정하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20대가 기성세대에게 가지는 불만은 그런 거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작 본인들의 문제를 진정으로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저 멀리서 훈수질을 하는 거죠. 그래서 기성 세대의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게 낮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세대와 상관없이 일반적 특성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수성만을 너무 강조하다보면 일반성을 놓치게 돼 패착에 이르게 됩니다. 여하간 한 시대를 같이 살고 있기에 공통의 경험은 있으니까요. 다만 그 경험의 감수성이 다를 뿐입니다.

청와대의 대통령과 직원들은 20대론을 읽고 조금이나마 젊은 세대를 이해할 수 있었을까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책 한권이 어떤 답을 준다면 그 책은 정말로 명작이겠지만 그런 책은 드무니 문제입니다. 그러나 그 노력은 칭찬할 만합니다. 말로만 떠들지 말고 보고 듣고 느끼고 나서 훈수를 둬도 둬야되지 않겠습니까. 지금도 학교나 직장 어디선가 미래를 향해 뛰어가고 있을 누군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잘 하고 있다’라는 격려입니다. 충분히 잘 하고 있고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요. 날이 덥습니다. 내일은 조금 시원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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