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자기 배려의 기술

우울의 언어

공부를 합시다 2022. 8. 3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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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지닌 언어적 특성이 있다고 한다. 처음에 그 얘기를 들었을 때 단순히 그 특성이 부정의 언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저 '살고 싶지 않다'와 같은 그런 종류의 말이라고 지레 짐작한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에 따르면 우울증의 언어가 갖는 두드러진 특성 가운데 하나는 주어 '나'의 빈번한 사용이라고 한다.

 

실제로 우울증을 앓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의 유서를 보면 이 '나'라는 주어 사용이 빈번하다고 한다. 다른 언어적 특성보다도 이 단어의 사용이 우울증을 변별하는 특성이 된다고 전문가는 전한다. 그러고 보면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온통 관심사가 타인이나 외부 세상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스스로 병들고 아프기에 남을 신경쓸 여력이 없는 것이다.

 

우울증 환자의 심리 상태는 자폐와 같다. 자신의 관심사에 함몰돼 외부의 변화를 눈치챌 힘이 없다. 세상 사람 다 행복한데 자신만 불행한 듯 생각하는 것도 변화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는 이런 사정 탓인 것 같다. 변화가 없는 삶은 정지이고 그 삶에서는 현상 유지가 최선이 된다. 그러니 문제의 해결도 요원해지는 것이다.

 

다음으로 우울증 언어의 특성은 단정의 언어라고 전해진다. 이미 머릿속에서 결정을 내리고 표현조차 확정의 형태를 지니는 것이다. 그들에게 확률의 언어 따위는 없다. 수미일관하게 결론을 내렸으니 자신의 판단을 고칠 이유가 없다. 이러니 우울증 환자의 사정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앞선 이유처럼 변화의 계기를 수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울의 언어를 듣고 나서 내가 든 생각은 결국 이 마음의 병을 벗어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변화라는 것이다. 변화하지 않으면 인간은 병들고 심지어 죽음을 택한다. 삶=변화, 죽음=정지의 도식이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에 적용되는 원리이다. 그 변화가 서서이 줄어들고 사라질 때 마음의 병이 찾아온다.

 

오히려 나는 마음의 병이 찾아올 기미가 보이면 재빨리 새로운 것을 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우울증과 같은 병이 깊어지면 너무 나약해져 스스로 변화를 못 만들 수 있다. 그러니 병의 초입에 무엇이라도 변화를 가져올 만한 것을 해야 한다. 하다못해 산책과 같이 단순한 움직임일지라도 말이다. 작은 변화가 큰 차이를 가져오는 게 우리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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