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자기 배려의 기술

건강 검진 받던 날

공부를 합시다 2022. 9. 27.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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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올해도 건강 검진을 받았다. 올초 봄에 받아야 할 건강 점검을 차가운 가을 바람이 불자 더 이상 미루지 못해 갔다. 언제나 검진받는 날은 긴장이 된다. 주기적으로 받건만 혹시나(?) 나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들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신 경험 때문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정해본다. 가족력이 있으니 '혹시'라는 생각이 항상 머리를 스치는 것은 어쩌지 못하겠다.


주기적인 검사의 필요성도 알건만 검진받는 일이 쉽지는 않다. 내게는 전날 금식이 힘든 통과의례다. 음식을 먹지 않는 일이야 참으면 그만이라지만 물 한잔 마시지 않고 공복을 유지하는 일은 고난이다. 매일 아침 물 한잔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나같은 인간에는 더 그렇다. 여기에 더해 위내시경 검사는 종종 큰 부담으로 다가오곤 한다.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심리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나의 경우 몇 년전 위가 나쁘다는 검진 결과를 받은 적이 있다. 위염을 넘어 '장상피화생' 진단을 받는 것이다. 생소한 의학 용어에 놀라 그 뒤 열심히 서핑을 했던 기억이 있다. '장상피화생'이란 말 그대로 장의 상피처럼 위가 변해버린 상태를 뜻하는 용어다. 한 마디로 위염이 심각해져 그 다음 단계로 증세가 넘어간 것이다. 이것을 계속 방치하면 위암으로 갈지 모른다는 경고 문구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평소 나름 건강을 관리한다고 자부했건만 앞선 진단을 받자 다소 침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왠지 노력한 결과가 배신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뭐 어쩌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부정적 결과를 긍정적 결과로 바꿔 놓기 위해 노력하는 일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 뒤 생활 습관을 바꾸려고 무진장 노력했다. 위에 좋다는 음식 찾아먹고, 그 흔한 야식을 끊고, 식사 이후에는 절대로(!) 눕지 않는 등 생활을 바꿨다.


몇 년간의 노력 덕분인지 다행스럽게도 다음 위내시경 검진에서는 약간의 위염만 진단받았을 뿐 전반적으로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이력 때문에 나는 위내시경 검사가 매번 부담스럽다. '혹시라도'라는 만약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때문이다. 좋아졌다는 핑계로 그 뒤 게으른 생활 태도가 벌을 받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게다가 나는 위내시경 검사를 받을 때 수면 내시경을 받지 않으니 더 긴장이 된다.

수면 내시경을 거부하고 간단한 마취 뒤 내시경을 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처음부터 비수면으로 검진을 받았고 그게 편하고 심지어 마음도 편하다. 하지만 고작 5분 정도의 시간이건만 그 시간은 숨을 헐떡이고 침을 흘리고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 찰나이다. 그나마 여러번 경험이 쌓이다보니 요령이 생겼다. 아무래도 올해는 수월해진 것 같다. 게다가 평소 술담배 안 하는 생활덕분에 나이대에 비해 좋다는 결과까지 의사에게 듣고 나니 기분이 좋았다.

건강 검진 받고 집으로 오는 길은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다. 커다란 성취를 이룬 듯 휘파람을 불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은 왠지 큰 일을 하나 치뤘으니 다른 일은 쉬워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올해도 건강 검진을 빠지지 않고 받고 지나간다. 건강한 삶, 이것은 어떤 삶을 살건 누구나 꿈꾸는 목표 아니던가. 올해 나는 그런 실천을 했던 덕분인지 더 행복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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