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자기 배려의 기술

어른이 해야 할 공부

공부를 합시다 2022. 8. 1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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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훌쩍 나이가 들어서도 삶을 낙관하는 이유가 있다. 외부의 시선으로 볼 때 녹녹지 않은 상황임에도 나는 항상 내 삶을 긍정한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내가 공부할 자세가 되어있다는 것이다. 학교에서나 밖에서나 말이다. 대개 학교 공부가 유효한 시간이 있기 마련이다. 졸업하고 나서는 학교 공부가 그다지 필요 없다고 느끼니 말이다. 그래서 진정한 공부는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시작된다.

 

어른이 해야 할 공부는 내가 생각하기에 크게 두 가지다. 그 중 하나는 사람 공부요, 나머지 하나는 돈 공부다. 이 두 가지만 잘 배워도 사는 데 무리가 없다. 사람 공부부터 생각해보자. 우리는 타인을 잘 안다고 착각하기 쉽다. 가장 큰 오류는 세상 사람 다 나와 같이 생각하고 나처럼 행동하리라 기대하는 것이다. 아마도 많은 이들은 이게 얼마나 큰 착각인지 경험으로 알게 된다. 정말 개 같은 이도 있으니 말이다.

 

사람 공부는 정규적인 제도권 학교에서는 '인문학'이라는 이름으로 통칭되곤 한다. 그러나 내가 해야 할 공부 일 순위로 뽑은 사람 공부란 관념적인 인문학 공부가 아니다. 수천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인간 본성이 있기마련이니 제도권에서 가르치는 인문학이 필요 없다는 소리가 아니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지금 여기 이 땅의 사람을 이해해보자는 것이다. 어떤 욕망을 지니고 있고 그 욕망이 어디로 이끌고 있는가.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관계 속에서 우리 자신을 이해해야 한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다음 공부는 돈 공부다. 다른 동년배와 다르게 나는 이 문제에 대체로 무관심하게 살아왔다. 그런 나를 내 동생은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고 있다고 말한다. 아마도 돈을 벌기 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나의 선택에 그런 평가를 내렸던 것 같다. 그런데 오해마시길! 내가 풍족한 경제적 토대를 만들어놓고 그런 삶의 궤적을 그린 것은 아니니. 뒤늦게나마 나는 몇 년 사이에 돈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한다.

 

단순히 돈을 버는 행위 자체에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다. 돈의 속성, 그리고 그에 따른 인간군상들의 행태에 관심 갖는다. 나이 들어 느끼지만 이 돈을 향한 관심은 광기에 가깝다. 지금 당장 자산을 불리지 않으면 큰 일 날 것처럼 행동하니 말이다. 그런데 정작 그런 이들 대다수는 부의 급행 열차를 타지 못하는 것 같다. 미래를 예측하고 행동한 영민한 이들만이 자격을 지닌다. 그러니 우리는 돈도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이 돈이 어디서 나와서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고 어떤 논리로 우리 삶을 지배하는지.

 

앞서 얘기한 사람 공부나 돈 공부나 끝이 있는 여정이 아니다. 아마도 죽을 때까지 두 공부는 계속해야 하지 않을까. 열심히 공부하기 위해서는 공부할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피곤하다고 귀찮다고 어렵다고 등한시한다면 언젠가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다. 요새 나는 좀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것을 너무 뒤늦게 안 것이 아닌가 후회가 될 때가 있다. 너무 인간을 몰랐고 돈을 외면했다. 그러나 세상에 늦은 것은 없다. 하지 않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도전하는 것이다.

 

나는 이 글을 읽을 누군가도 사람 공부와 돈 공부를 부지런히 해볼 것을 추천한다. 정해친 커리큘럼이 없다면 본인이 직접 레퍼런스를 찾아 강의안을 짜면 된다. 모든 공부가 자기에게 필요한 공부가 될 때 그 효과는 배를 발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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