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자기 배려의 기술

망각할 수 있는 자유

공부를 합시다 2022. 7. 18.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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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이 나쁘면 나타나는 징후가 있다. 잡념이 많아지고 그 와중에 과거 후회스런 일이 계속 떠오르는 것이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어제 잠을 충분히 자지 않았는지 모르지만 새벽녂에 한번 깨고 선잠 든 채로 아침을 맞았다. 그리고 억지로 일어나 오늘 하루를 열었다.

 

피곤해서인지 몰라도 오전에는 카페인의 힘에도 불구하고 꾸벅꾸벅 졸았다. 그런데 그 잠깐의 잠에서 나는 계속 과거의 일이 떠올라 자도 잔 것 같지 않은 채 깨어났다. 구체적으로 무슨 일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냥 과거 후회스런 일이 계속 떠올랐던 것 같다.

 

잊고 싶다고 하지만 저런 꿈 속에 문득 들어오는 과거의 기억을 외면하기는 힘들다. 아마도 내가 의식하지 못하지만 그 사건이 내게는 지금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가끔은 그런 사건을 깊이 고민해보곤 한다. 무엇이 미련이 남는 걸까, 왜 망각하지 못하는가 등의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강물은 흘러가면 되돌려지지 않는다. 과거는 그런 면에서 후회한다고 해서 자책한다고 해서 바꾸지 못한다. 바꿀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현재와 미래이다. 그럼에도 기억이 소환되는 이유는 단순히 아쉬움 때문은 아닌 것 같다. 아마도 앞으로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말라는 무의식 중에 외침 아닐까.

 

예전에는 무조건 과거를 잊고 살고 싶은 적이 있었다. 과거 따위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는 듯이. 하지만 시간이 흘러보면 좋은 기억이건 나쁜 기억이건 현재의 나를 만든 자산이었다. 그래서 잊고 싶어도 잊지 못하는 사건은 계속 나를 다독이는 힘이다. 그런 점에서 망각할 수 있는 자유는 과거의 일이 더 이상 내 삶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때 다가올 것이다. 그때는 좀 더 현명해져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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