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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지 281

망각할 수 있는 자유

컨디션이 나쁘면 나타나는 징후가 있다. 잡념이 많아지고 그 와중에 과거 후회스런 일이 계속 떠오르는 것이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어제 잠을 충분히 자지 않았는지 모르지만 새벽녂에 한번 깨고 선잠 든 채로 아침을 맞았다. 그리고 억지로 일어나 오늘 하루를 열었다. 피곤해서인지 몰라도 오전에는 카페인의 힘에도 불구하고 꾸벅꾸벅 졸았다. 그런데 그 잠깐의 잠에서 나는 계속 과거의 일이 떠올라 자도 잔 것 같지 않은 채 깨어났다. 구체적으로 무슨 일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냥 과거 후회스런 일이 계속 떠올랐던 것 같다. 잊고 싶다고 하지만 저런 꿈 속에 문득 들어오는 과거의 기억을 외면하기는 힘들다. 아마도 내가 의식하지 못하지만 그 사건이 내게는 지금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가끔은 그런 사..

정의당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

정치에 관심있지만 그렇다고 특정한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게 나의 정치적 성향같다. 하지만 꼬박꼬박 투표날에는 시민으로서 참정권을 행사하니 그런 점에서 나는 정치 고관여층인 셈이다. 그러니 이런저런 정치 기사는 제목이나마 확인하고 넘어가는 편이다. 그럼에도 요즘 같은 날은 쉽게 정치 기사에 눈길이 안 간다. 그 이유야 세상 민심과 반대로 돌아가는 정치를 보고 있자면 열불이 나기 때문이다. 우연히 며칠 전 정의당이 대통령 선거 이후 동정을 전하는 기사를 봤다. 대통령 선거 이후 기대에 못미친 득표와 앞으로 진로를 전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선거 패배의 원인을 분석하는 내용에서 유독 눈에 띄는 대목이 있었다. 소위 '조국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민주당 2중대'로 전락한 당의 노선을 비판하는 게 골자였다. 어..

원고지/낙서장 2022.07.15

마음 다스리기

올해도 벌써 반년이 지나간다. 연초 새웠던 계획이 흐릿하지만 대략 이쯤에서 중간 결산을 해야 할 시기이다. 거대한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새해에는 언제나 한해 구상을 했다. 소소하게나마 목표를 세우고 실현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그런데 내 맘대로 안 되니 문제다. 솔직히(유독 요새 나는 이 단어를 많이 쓴다. 솔직해져야 할 때인가 보다) 요즘 제대로 되는 일이 없다. 거창하게 시작한 투자는 깡통이라는 결과를 받았다. 이제 나는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 요즘이다. 그런 탓인지 몰라도 전체적인 컨디션이 난조이다. 이 글을 쓰는 오늘도 마찬가지다. 약간의 두통에 컴퓨터 스크린 보는 것도 고역일 정도니. 내우외환이건만 그래도 나의 감정 상태는 비교적 평온하다. 이게 참..

원고지/낙서장 2022.07.14

표절과 양심

토론 프로그램을 본 적이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나이가 드니 세상사 신경쓸 것도 많고 기성 미디어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생각이 없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그럼에도 지난 주에는 우연히, 아주 우연히 MBC의 100분 토론 한 꼭지를 보게 됐다. 평소 텔레비전을 키지도 않는데 그날따라 마음이 허했는지 자정 가까이 시선이 머물었다. 거의 방송 말미였는데 그날 주제는 유희열의 표절 사태였다. 연예 단신 기사로 알고는 있었지만 음악을 즐겨 듣지 않는 사람인지라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는 인지하지 못했다. 다만 유희열이 간략한 사과문을 올렸고 그렇게 잊혀져가는 문제로만 기억했다. 그러나 두 명의 패널, 그룹 부활의 기더 김태원과 음악 평론가 임진모의 토론을 듣고 있자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히 심각한 표절 사태라는 ..

악인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2020)

추상적인 대상은 고민하기 힘들다. 그것은 자칫 잘못하면 관념에 불과하고 따라서 우리 시선을 오래 잡아두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추상적 대상은 끊임없이 우리 주변을 배회하기에 외면하기 힘들다. 아마도 '악'이란 대상은 그런 거 아닐까. 교과서에 나오는 관념으로 치부하지 말기를. 당신이 악인을 만나면 자신도 모르게 선과 악의 존재를 고민하게 될 테니까. 적어도 나의 경우는 그렇다. 도널드 레이 폴록(Donald Ray Pollock)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2020)(이하 '악마'>는 미국의 시골 마을에서 벌어지는 은밀한 사건을 다룬다. 제목만 봐서는 이 영화의 장르를 악령이 등장하는 공포물로 착각하기 쉽상일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지극히 현실적인(?) 악을 다루는 드라마다. 대단한 스펙타..

타인의 불행

어떤 문장은 책만큼이나 유명하다. 톨스토이의 의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가 그런 사례 아닐까. 유독 내가 이 문장(내지 진술)을 기억하는 이유는 행복과 불행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태도를 엿보기 때문이다. 행복한 이를 보면 다들 비슷한 이유로 행복한 것 같고 불행한 이를 보면 각자의 사정이 있어 그런 듯 보인다. 이때 사람들은 타인의 행복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 우리가 흔히 뉴스는 '굿 뉴스'가 아니라 '배드 뉴스'라고 말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불행에 더 관심이 많다. 그러니 희극보다는 비극이 더 대중의 심금을 울리고 지금까지 살아남는 거 아니겠는가. 다시 우리 주제로 돌아와 생각해보면 우리는 타인의 불행을 더 궁금해한다. 정말이다. 그런 속담도 있지 않나. 사촌..

원고지/낙서장 2022.07.06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할 이유

요새 내가 읽은 책은 에드윈 르페브르(Edwin Lefevre)의 (이하 )이다. 아무래도 지난 1~2년간 나의 관심사가 트레이딩다보니 이 방면의 책을 집중적으로 찾아 읽고 있다. 그중에서도 누구나 알 만하고 누구나 추천하는 고전을 레퍼런스 삼아 공부한다. 그 결과 이 주제로 나의 독서 이력이 거의 100권 이상은 넘어가는 것 같다. 처음에는 낯설기만 했던 이 방면도 독서의 결과 몇 년 사이 이해가 많이 높아졌다. 솔직히 처음 트레이딩을 하기로 마음먹을 때만 해도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곤했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20대 대학을 졸업하고 데이 트레이딩에 입문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는 돈도 없었지만 하루 동안 널뛰기하는 데이 트레이딩에 의구심이 들어 포기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이 늦은 나이..

우리가 극장에 가야 할 이유: <탑건: 매버릭>(2022)

코로나19가 끝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모습은 영화관 관람 관객의 증가일 것이다. 감염의 우려 때문에 꺼렸던 극장 관람을 이제는 편하게 한다는 것만으로도 일상으로 복귀를 보여준다. 그 결과 올해 벌써 천만 영화가 나왔다. 마동석 주연의 가 천만을 넘어 흥행중이다. 이밖에도 우리가 극장에 가야 할 이유는 많다. 최근 개봉된 (2002)(이하 매버릭)이야말로 극장에 가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영화이다. 전투기의 굉음과 활공 모습을 좁은 스크린에서 느끼기에는 부족하다. 어떤 영화는 방구석에서 그 이야기만으로 기쁨을 주지만 어떤 영화는 2%가 부족해 애써 극장을 찾는다. 그런 점에서 영화는 단순히 서사만으로 환원되지 못하는 예술이다. 이야기가 전달하는 내용뿐만 아니라 감각의 표현이 중요한 까닭이다. 전편 의..

비혼의 조건

과거 독일의 잡지를 번역해 비혼자의 삶을 전하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기억이 흐릿하지만 분명한 대목은 인터뷰이였던 비혼자들이 자신의 삶에 굉장히 만족스워했다는 점이다. 경제적 풍요와 함께 자신의 취미 생활을 잘 영위하는 등 그들의 삶의 질은 꽤나 높았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그렇기에 그들의 내외적으로 건강한 삶이 부러웠다. 다만 그들도 은퇴 이후 삶을 걱정하고 있었다. 우리처럼 그들이 경제적 문제를 걱정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독일의 비혼자들이 염려하고 있었던 것 중 하나는 사회적 관계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데서 오는 문제였다. 경제활동을 영위한다고 하면, 특히 직장을 다닌다고 한다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다만 은퇴 이후에는 그들 삶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던 사회적 관계가 없어지면서 오는 상..

원고지/낙서장 2022.06.21

결혼은 지옥인가?: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지난 글()에서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혼 예능을 언급한 적이 있다. 나는 그 글에서 관찰 예능이 지나치게 사적인 영역까지 침범하는 데 거부감을 표현했다. 아무리 예능이라지만 각자 보이고 싶지 않은 사생활이 있는 법인데 거의 결혼이 파탄 일보 직전인 사람(게다가 일반인)을 비출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런 우려를 뒤로 하고 요즘 이혼 예능은 정말 잘 나간다. 결혼도 하지 않은 내가 이런 예능을 볼 정도니까. 이들 예능을 보는 이유는 걱정 보다는 호기심이 커서다. 정말로 이런 대중의 관음증(?)을 충족하기 때문에 이혼 예능은 정말 잘 나가는 것 같다. 이들 프로그램 중에서도 나의 흥미를 끄는 이혼 예능은 요세 대세인 오은영 박사(이하 오은영)가 나오는 이다. 과거 에서 익숙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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