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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지 274

고양이에게서 배운다: 철학의 쓸모는 어디?

철학의 쓸모? 대학과 대학원까지 철학을 전공한 나는 항상 불만족스러웠다. '이 놈의 철학이 대체 무슨 쓸모란 말인가.' 이유는 단순했다. 거창한 가치를 갖다 붙여도 학교 밖에서는 무력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나마 대학원에서는 관심 주제를 공부하기는 했으나 그 또한 삶의 문제를 실제로 해결해주지 못했다. 이처럼 철학을 학부와 대학원까지 공부한 이조차 그 쓸모를 고민하는데 일반인은 어떠하겠는가. 그나마 한때 '인문학의 위기'니 많이 떠들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그런 소리조차 나오지 않는다. 위기를 외치던 시절도 그 내면을 보자면 학교에 적을 둔 선생들의 위기였지 인문학 자체의 위기는 아니었다. 문제는 언제나 밥벌이였다. 자리를 잡은 교수야 그나마 다행이지만 학교에 생활을 위탁한 연구자들에게 정말 위기였던 셈..

이것은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도서관에서 책에 읽다 집을 가려고 나섰다. 그런데 공중전화박스를 지나가는데 이상한 물건이 보였다. 호기심이 발동했다. 이제 공중전화박스조차 쓸 일이 없는데 저 물건은 무엇이란 말인가. 지나가는 길을 멈추고 되돌아 다시 가봤다. 그리고 사진 몇 장을 찍었다. '충전돼지'라는 충전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물건이다. 나의 경우 특별히 충전지를 들 정도로 전자기기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여행이나 출장 등 전자기기를 가져갈 때는 항상 긴장하기 마련이다. 혹시라도 위급한 상황이나 중요할 때 충전지가 그 수명을 다하지 않을까라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런데 요새는 저렇게 공중전화부스나 그밖의 접근가능한 장소에서 충전지를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는 사업을 하는 업체가 있나 보다. 작은 아이디어지만 참 영리한 사업이라..

원고지/낙서장 2023.02.26

사기를 피하는 법

사기를 피하고 싶었어 예전에 가수 비의 노래 중 이라는 노래가 있었다. 울고 있는 나의 모습이 바보같아 태양을 피하고 싶다나 뭐라나. 이 노랫속 화자가 우는 사연은 연인과 헤어진 뒤 오는 공허감 때문이었다. 세월이 흘러보니 참 뻔한 사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에 있었고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있을 그런 이야기 때문이다. 요새는 그런 이야기 중 하나가 사기인 것 같다. 잊을 만하면 나오는 게 사기 사건 아닌가. 그 종류도 너무 다양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아마도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사기가 전화, 메일, 문자와 같은 피싱 사기 같다. 실제로 전국민의 개인정보가 노출됐다고 판단할정도로 하루가 멀다하고 전화며 문자며 메일이 온다. 거의 일상이니 요새는 모르는 번호로 오는 메시지는 적당히 거르는 기지를 발휘할..

먹고 사는 걱정

지난 몇년간 나는 공부만 하고 지냈다. 늦깍이 대학원을 졸업하고 일 좀 해볼까하다 코로나가 터졌고 그 이후 이래저래 쉰다는 핑계로 시간만 흘렀다. 그래도 쉰다는 게 내게는 공부니 아예 비생산적인 시간은 아니었다. 다만 경제적 활동을 중단하고 있었으니 나의 통장잔고가 거의 바닥을 드러내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자신을 탓할 겨를도 없이 요즘은 나의 일과는 대다수 먹고 사는 걱정이다. 이런 염려 속에서 가장 심각하게 다가웠던 현실은 내 나이였다. 구직, 말 그대로 취업을 하자니 젊은 나이도 아니니 막당한 자리가 없었다. 게다가 앞서 말했듯이 내가 직장을 다닌 시간이 가물가물할 정도가 되버린 지 오래다. 수년전에 작은 사업이라도 해볼 심산으로 호기롭게 도전했던 이유탓이다. 그나마 잘 됐으려면 좋았건만 행간에서 엿..

원고지/낙서장 2023.02.06

공부를 합니다

주말 오후 시간에는 공부를 했다. 책을 한권 들고 널찍한 도서관 열람실에서 책을 읽었다. 언제 내가 이 시간에 왔었나 할 정도로 오랜만의 일이었다. 보통은 주말에는 그냥 방바닥에 누워 잘 법도 한데 그런 날에는 항상 후회가 밀려왔다. 어차피 잠은 밤에 잘 건데 피로를 푼다는 명목으로 텔레비전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잠들기 일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서관에 갔으니 좋건 싫건 그 장소에 걸맞은 실천을 해야 한다. 모 영화에서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던가. 나는 이 말을 비틀어 장소가 사람을 만든다고 주장하고 싶다. 정말로 장소에 걸맞은 행동을 하지 않으면 알게 모르게 패널티가 있기 마련이다. 그것을 사람들은 '예의'라고 부르기도 하고 '에티켓'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니 우리는 그 장소에 걸맞는 복장이..

도서관 풍경

요새 며칠 사이 다시 도서관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다. 보통은 책을 빌리려 갔지만 요즘에는 공부를 하러 간다. 오랜만에 들린 자율열람실 풍경은 굉장히 낯설게 느껴진다. 보통은 수험생들이 자리를 잡고 공부를 하는 곳인지라 더 그렇다. 나이가 훌쩍 들어 그들 사이 끼여 무언가를 한다는 게 이상하다. 게다가 코로나가 기승을 떨칠 때는 의식적으로도 사람이 몰린 곳을 피하려고 했으니 도서관도 예외가 아니었다. 친숙하면서 낯선 그런 곳이랄까. 보통 자율열람실은 앞서 말했듯 수험생 천지다. 통로 사이로 흘낏 본 그들의 책은 "준비서"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누군가는 공무원을 준비하고 누군가는 교사를 대비하고 누군가는 자격증을 공부한다. 대개는 젊은 사람들이 미래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지만 간혹 보면 희..

원고지/낙서장 2022.11.07

운동을 안 갈 때

어제 하루는 운동을 가지 않는 날이었다. 평소 수요일은 걷기로 운동을 대체하고 체육관을 방문하지 않는다. 그런데 참 이상스럽게도 그런 날은 컨디션이 좋지 않다. 보통 저녁 식사 이후에 몸이 좋지 않으면 약간이라도 잠을 청해 쉬는 편이다. 어제가 그런 날이었다. 나른한 것을 넘어 감기가 걸린 게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로 몸이 떨렸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잠시 누워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혼자 사는 처지니 저런 날은 약간 서글프다는 생각이 든다. 누가 병간호를 해줄 사람도 없고 하다못해 약을 챙겨줄 사람도 없다. 내가 내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해결이 되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그럴 때면 나는 혼자 사는 게 쉽지 않다는 현타가 오곤 한다. 어제도 그런 날이었다. 괜히 몸도 아프니 마음도 울적하고 ..

원고지/낙서장 2022.10.27

망할 카카오

지난 주를 한창 달군 이슈 하나는 카카오 장애였다. 데이터 센터의 화재로 인한 사고는 몇 시간 정도의 불편이 아니었다. 주말 내내 그리고 이번 주초까지 장애가 해결되지 않았다. 카카오 서비스를 고작해야 몇 개 사용하지 않는 나로서는 딱히 큰 손해를 본 것은 아니었다. 대표적으로 카톡도 잘 안하니 톡이 오면 오나보다, 오지 않으면 오지 않나보다 넘긴다. 그래도 불편한 것은 불편한 것이다. 내가 한때 네이버 블로그를 사용하다 이곳 티스토리 블로그로 옮겨온 이유가 있다. 네이버가 너무 독점적 지위를 누린다는 생각에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들었다. 그래서 예전부터 나는 메일이나 카페 등 이용의 중심에 카카오의 전신인 다음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카카오 장애로 새삼 깨달은 사실이 있다. 정도의 문제지 카카오도 독점의..

원고지/낙서장 2022.10.20

마음 건강

건강검진 결과를 받았다. 염려했던 대로 '이상지질혈증' 진단이 나왔다. 중성 지방, LDL콜레스테롤 모두 높았다. 이 항목을 제외하면 다행스럽게도 다른 수치는 나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름 관리를 한다고 했는데도 쉽게 저 콜레스테롤 수치는 변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니 실망스럽다. 운동도 주기적으로 하고 식단도 신경쓰지만 한계가 있다. 혼자 살다보니 음식을 가려 먹는 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나마 인스턴트 음식을 자제하는 데도 이 꼴이다. 나이가 들다보니 건강이 가장 신경쓰인다. 나름 좋은 생활 습관을 가졌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결과는 딴 판이다. 여전히 몸 어딘가는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으니까 말이다. 수치상으로 나타는 결과 외 주목할 결과는 우울증 검사였다. 단순한 문진 형태로 진행되는 검사인지라 딱..

낯선 방문

'이웃 사촌'. 이 말만큼 낯선 단어가 있을까. 솔직히 나는 옆 집에 누가 사는지 정확히 모른다. 그저 소음으로 그들의 존재를 알 뿐이다. 혹시라도 복도에서 마주치면 가벼운 목례만 할 뿐 그들 사정에 관심 갖고 살지 않는다. 이런 일이 꼭 나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이웃이란 소음으로 그들 삶의 인기척을 알릴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처럼 혼자 사는 이에게 이웃이 그렇게 신경 쓸 사람들인가. 어느 주말 토요일 아침이었다. 갑자기 대문 벨이 울렸다. 느긋한 아침을 즐기던 나는 무슨일인가 싶어 황급히 문을 열었다. 그런데 순간 나는 짜증이 났다. 옆집 할아버지의 얼굴이 내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최대한 예의 바르게 방문 목적을 묻자 그 노인은 그냥 궁금해서라는 맥빠진..

원고지/낙서장 2022.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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