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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지 281

나이가 든다는 의미

나이가 든다는 것은 단순히 흰머리가 나거나 주름이 늘어나는 노화로만 이해되지 못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한살한살 먹어간다는 것은 무엇보다 감각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무감각(?)까지는 아니라할지라도 주변의 사건에 별다른 감흥이 없다. 새롭지 않으니 감각의 민감도가 훨씬 낮다. 누군가 인생을 태어나 살다 사랑하다 죽는다고 하는데, 나이가 들면 사랑의 대상이 점점 줄어든다. 아무래도 경험도 쌓이고 좋은 것 나쁜 것을 구별할 정도의 식견이 생겼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제는 해야 할 것보다는 하지 못할 것을 세는 게 편해졌다. 자리를 잡았다는 의미인데 그것은 변화가 없다는 뜻이다. 이때 좀 더 감각을 살릴 묘수가 필요하다. 주변 사물에 너무 민감한 것은 문제라지만 그렇다고 목석같이 늙어 죽을 생각은 없기 때문이다. ..

오늘의 스팸 메시지

오늘 메일함을 열어보니 낯선 메일이 하나 와있다. '뭐지?'라는 궁금증에 클릭해본다. 블로그에서 나의 글을 보고 연락을 한단다. 다름 아니라 주식 관련 포스팅을 보고 내게 종목을 추천해주겠다는 소리다. 순간 짜증이 밀려왔다. 이런 개(?)소리를 아침부터 듣고 있으려니 화가 난 것이다. 내가 지난 수년간 공부를 얼마나 했는데 마치 정답이 있다고 허언하는 주장을 믿겠는가. 그저 헛소리일뿐이다. 도처에 스팸이다. 메일도 스팸, 문자도 스팸, 카톡도 스팸이다. 모르는 전화나 문자는 그저 씹는 게 최고라지만 화가 나는 것은 피하지 못하겠다. 내가 화가 나는 이유는 무엇보다 선의를 가장한 악의 때문이다. 이유 없는 선의는 거절하는 게 최고다. 그가 누구든 상대를 이용하려는 심산임을 나이가 드니 분명히 보인다. 한해..

원고지/낙서장 2023.03.30

어떤 성실함

도서관 한귀퉁에 자리를 잡았다. 주말이라고 다르지 않다. 특별한 일 없으면 책이나 읽을 요량으로 도서관에 간다. 그런데 오늘따라 날은 따뜻하지만 미세먼지가 심하다. 미세먼지 어플에 '미세먼지 아주 나쁨'이란 경고가 선명하다. 그때 도서관 직원 한 명이 열람실에 들어와 창을 연다. 그것도 모든 창문을 활짝! '이게 무슨 일인가.' 다른 이유가 아니다. 정기적으로 하루 중 몇 번은 환기라는 이유로 창문을 연다. 그 순간 짜증이 밀려온다. 오늘처럼 '미세먼지 아주 나쁨'이라고 선명하게 경고하는데도 불구하고 꼭 저래야 한다 말인가. 물론 저 직원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성실히 하는 것일테다. 규칙이니 그저 수행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릴 때는 성실이라는 덕목은 듣기만 해도 참 미덕이었다. 그렇다고 ..

원고지/낙서장 2023.03.28

직장인 인문학 공부법

필요가 우선이다글을 시작하며 분명히 말하고 시작하고 싶다. 나는 현재 직장에 다니며 인문학을 공부해볼까라고 고민하는 독자를 위해 이 글을 쓴다. 일하기도 바쁜 누군가 인문학을 공부하겠다는 생각이 든 다는 사실은 그 이유가 지적 호기심이든 무엇이든간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다들 알다시피 먹고 살기에 바쁘기 때문이다. 그러니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탈진된 상황에서 공부를 하겠다고 나서는 일은 쉽지가 않다. 그런데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시작할 마음을 지녔다. 나는 직장인의 인문학 공부는 다른 장소, 가령 학교에 다니며 공부를 하는 학생이라든지 퇴직하고 한가롭게 시간을 보낼 누군가의 공부와 전혀 다르다고 믿는다. 앞서 거론한 이유 외에도 시간을 쪼개 공부를 할 다짐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어떤 절박..

운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운이 없는 어떤 이 오늘은 막간의 시간을 내 하천변을 걸었다. 쌀쌀한 바람이 불었지만 봄바람인지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꽤 긴 거리를 걷다가 근처 맛집으로 유명한 토스트 가게를 찾아갔다. 그러나 가는 날이 하필이면 휴일이다. 수요일은 휴일이란다. 몰랐다. 집에서 걸어서 족히 30분 걸리는 거리인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돌아가려니 맥이 빠진다. 오늘은 약간의 운도 따라주지 않나 보다. 평소 나는 운을 믿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운에 의지하기 싫어한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그 운이 행운이든 불운이든 결국에는 배경일 뿐 중요한 것은 의지와 실천이라고 믿는다. 그래도 운이 따라준다면 될 일은 더 빨리 될 것이고 수월한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운을 언제나 시험하길 좋아한다. 점집에 가고 별자리를 ..

체육관 가는 습관 만들기

필요는 성공의 어머니다 벌써 내가 동네 체육관에 간 지가 무려 10년이 넘어간다. 그 긴 세월동안 한 지역을 떠나지 않고 살고 있다는 것이 굉장히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만큼 나는 한번 정착하면 꾸준한(?) 사람이다. 봐라. 체육관을 가는 습관을 만들어 놓은 것만 바도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만큼 좋은 리듬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이런 체육관 가는 습관을 만들게 됐을까? 언제나 느끼지만 필요는 동기의 원동력이다. 처음 내가 체육관을 가야 하겠다고 느낀 것은 젊은 시절 한달이 멀다 하고 병원을 방문한 시절의 기억 때문이다. 이번 달은 내과, 다음 달은 치과, 그 다음 달은 이비인후과 등 이런 식이었다. 그때 뼈저리게 지금 운동하지 않으면 죽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체육관..

나란 사람은 말이야

블로그 머리말에 자기소개를 고민하다 정체성을 고민했다. '나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대개 이곳 블로그를 포함해 SNS에 간략한 자기소개는 대개 하는 일을 쓴다. 보통 자신이 속한 직장을 표기하거나 직업을 쓰거나 직책을 쓰는 그런 식이다. 그런데 지난 10년간 직장에 속하지 않았던 나는 그럴 때마다 애매한 처지에 있었다. 사업을 한다고 하나 거의 폐업 수준이니 상호를 공개하는 것도 꺼림칙했다. 내가 내린 결론은 그래서 대개 추상적인 자기 소개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곳 블로그 자기소개였다. '읽고 말하고 쓰고 듣는다'와 같은 식이었다. 이런 문구를 적은 이유는 내가 수년간 중점적으로 해온 일이라곤 대학원에 다니면서 공부한 게 다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간간이 강의를 이어갔으니 틀린 소개도 아닌 셈이었..

원고지/낙서장 2023.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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