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원고지/문화 비평 85

서바이벌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매일 일어나자마자 하는 첫 번째 일과는 스마트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는 일이다. 신기하게도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일어나는 시간은 일정하다. 예를 들어 아침 7시 기상이라면 그 언저리에 잠을 자연스럽게 깬다. 마치 그 정도면 ‘이제는 됐다’라고 몸이 신호를 보내는 것 같다. 그만큼 습관은 무섭다. 이런 아침 첫 일과와 함께 스마트폰 뉴스를 가볍게 확인하는 일이 다음 일과다. 정치, 사회, 경제, 그리고 연예까지 기사를 쭉 훑는다. 세상 돌아가는 소식에 관심을 쏟는 시간이다. 중요한 사건을 찾고 의미를 생각해본다. ​ 요즘 나의 머리를 떠나지 않던 키워드는 ‘서바이벌’이다. 코로나바이러스19탓에 사회 전체가 ‘코로나 이후’를 외치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

공동체의 이름: 영화 <김복동>(2019)

누군가의 이름, 바로 고유명은 그 사람만의 이름으로 간주되기 쉽다. 그렇지 않다면 고작해야 그 이름을 기억하는 가족, 친구 등 몇몇 사람의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이의 이름은 범위를 넓혀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할 이름이 돼야 한다. 왜냐하면 그 이름에는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할 고통과 상처가 깊숙이 새겨 있기 때문이다. 영광의 기억이 아니라 고통의 기억이기 때문에 반드시 간직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김복동”이라는 이름 석자를 우리 공동체의 이름으로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영화 의 주인공 김복동은 위안부 피해자로서 1992년 이후 자신이 겪은 전쟁범죄를 증언한 ‘인권 운동가’이다. 나는 ‘인권 운동가’라는 호칭이야말로 김복동이라는 인물의 생애를 대표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일본군 성범..

불안을 바라보다: 영화 <버닝>(2018)

안개가 자욱한 아침 종수(유아인)는 허겁지겁 뛴다. 벤(스티븐 연)의 은밀한 취미 계획을 듣고 그 현장을 확인하고자 뛰어다닌다. 뿌연 안개로 가득 찬 논길을 뛰는 종수의 얼굴은 절박해 보인다. 매일 아침 부질없는 수색이 반복될수록 주인공의 숨소리는 커져만 간다. 왜 그토록 찾아 헤맬까. 불타버린 비닐하우스는 있을까. 종수의 절박한 달리기가 반복될수록 관객은 의문을 갖는다. 막연한 불안이라는 이유로는 그 집착이 해명되지 않는다. 찜찜한 기분을 남겨두고 생활해도 되건만 종수는 무엇인가에 사로잡혔다.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풍기는 벤이 파주를 찾아온 뒤로는 종수의 아집은 더 강해졌다. 황량한 논밭 사이로 불타버린 비닐하우스를 찾아 헤매는 종수의 심정은 뿌연 안개 같다. 비닐하우스 밖에서 얼굴을 갖다 대고 안을 쳐..

이 영화의 제목은 알라딘이 아니다: 영화 <알라딘>(2019)

개봉일 즈음 영화를 보기 보다 흥행의 끝무렵 영화를 보러가는 기분은 다르다. 새로운 영화에 끌리는 설렘보다는 확인하고자 하는 호기심이 더 크다. 왜냐하면 입소문에 끌려 맹목적으로 극장을 방문하기 보다는 거리를 두고 영화를 보면 새롭게 보이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왜’ 끌렸을까라는 호기심을 확인하는 재미가 있다. “천만영화”라는 타이틀을 거머진 영화 (2019)도 그런 이유 때문에 때늦은 영화관람을 했다. 이 작품이 개봉된 날짜가 올해 5월 23일이니까 벌써 두 달이 지난 시기이다. 전국적으로 1,200만명 이상을 관객을 동원했으니까 그 숫자도 놀랍지만 지금까지 스크린에 걸려 있다는 사실도 놀랍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평일 오전 1회 상영은 정말로 관객이 없다. 이런 고즈넉한 분위기가 좋아 이 ..

고다르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영화 <이미지 북>(2018)

영화 애호가이건 아니건 이름은 들어봤을 법한 감독이 있다. 프랑스의 영화 감독 “장 뤽 고다르”도 그런 이름 아닐까. 고작해야 내가 본 이 감독의 작품은 , 정도인데, 거의 의무감에서 본 영화인 듯하다. 유명하다고 하니 군중심리에 휩쓸려서 본 영화라고 할까. 는 그 영화 제목만으로도 익숙하고 내 기억으로는 과거 텔레비전에서 몇번이나 상영을 해줬던 듯하다. 그리고 은 브레히트의 영향을 확인하고픈 생각에 애써 시간을 내서 봤던 작품이다. 영화 전체를 차지하는 '생소화 효과'에 정신을 잠시 잃어버릴 뻔했지만 말이다. 고전적인 서사에서 벗어난 영화인지라 고다르의 영화는 지금껏 큰 흥미를 복돋아주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나는 지독히도 고다르가 깨고 싶은 '이데올로기적 환상'에 푹 젖은 사람인 듯하다(어쩌랴, 내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