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문화 비평

서바이벌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공부를 합시다 2021. 4. 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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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일어나자마자 하는 첫 번째 일과는 스마트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는 일이다. 신기하게도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일어나는 시간은 일정하다. 예를 들어 아침 7시 기상이라면 그 언저리에 잠을 자연스럽게 깬다. 마치 그 정도면 ‘이제는 됐다’라고 몸이 신호를 보내는 것 같다. 그만큼 습관은 무섭다. 이런 아침 첫 일과와 함께 스마트폰 뉴스를 가볍게 확인하는 일이 다음 일과다. 정치, 사회, 경제, 그리고 연예까지 기사를 쭉 훑는다. 세상 돌아가는 소식에 관심을 쏟는 시간이다. 중요한 사건을 찾고 의미를 생각해본다.

요즘 나의 머리를 떠나지 않던 키워드는 ‘서바이벌’이다. 코로나바이러스19탓에 사회 전체가 ‘코로나 이후’를 외치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슬프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이런 경향이 문화나 연예 같은 뉴스에서도 보이는 것 같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유튜브의 <가짜 사나이>와 같은 예능의 유행 아닐까 싶다. 일반인을 데려가 특수부대 훈련을 체험하게 하는 방송 말이다.

시즌 1에 이어 시즌 2가 방송되고 있는 요즘 여러 기사가 보인다. 대표적인 언급은 가학성 시비부터 방송에 참여한 교관 신상 뉴스가 그 예일 것이다. 저런 시비는 나의 관심사가 아니다. 사람들의 반응이 일차적인 관심거리다. 그런데 이 예능(?)이 보여주는 이야기가 그렇게 특별해 보이지는 않는다. 군대를 갔다 온 성인 남성이라면 알 법한 플롯이다. 꼭 특수부대 훈련이 아니라고 해도 유격훈련만 해봤으면 안다.

유독 이 <가짜 사나이>가 강조하는 자질이 있다. 육체적 능력보다는 정신적 능력,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인내를 강조한다. 계속 뺑뺑이를 돌리면서 교관은 포기하라고 종용하고 압박한다. 육체적 고통보다 더 힘든 고난은 아마도 이런 유혹일 것이다. 나름 육체적 능력이 뛰어나다고 선발된 사람들이 하나둘 나가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아마도 자신의 상황과 비교했을 것이다. 요즘처럼 힘든 시기에 정말로 필요한 능력은 어쩌면 저 인내인 듯하다. 그런데 문제는 무엇일까? 그 끝을 함부로 예상할 수 없다는 현실이다.

서바이벌 방송이 소개하는 훈련은 끝이 있다. 그런데도 훈련생들이 나가 떨어지는 이유는 이 고통의 시간이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유혹 때문이다. 실제로 한 교관은 방송에서 구보 거리를 거짓말로 속여 말한다. 정신적 피로감을 주려는 목적에서다. 지난 1년은 나는 그런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감염자들은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고 이런 시간이 영원히 계속되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을 선사한 시기였다. 아마도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오지 않는 한 이런 시간은 몇 년 계속될 것이다.

 

끝을 알 수 없다는 두려움이 사회를 뒤엎고 있다. 고난의 시간을 견디는 힘은 앞서 언급한 인내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능력은 물질으로 환원될 수 없는 능력이다. 물론 상당수는 그런 경제적 힘에서 오겠지만 말이다. 서바이벌 방송의 유행에서 나는 요즘 사람들의 기분을 간접 체험한다. 포기하라는 사이렌의 소리에 우리가 견딜 수 있는 힘의 원천은 ‘인내’와 ‘끈기’ 두 단어말고는 생각나지 않는다. 속된 말로 '존버'밖에 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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