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와 글쓰기/글쓰기

글감은 메모에서

공부를 합시다 2021. 4. 5.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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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처럼 평일은 매일 읽고 쓴다. 그 전까지만 해도 읽는 데만 집중해서 그런지 몰라도 쓰는 행위 자체가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사람은 습관의 동물 아닌가. 수개월이 지나가니 쓰는 행위 자체가 그다지 불편하지 않다. 심지어 실천하고 나니 쓰는 행위에서 기쁨을 느낀다. 오히려 어느 날은 빨리 쓰고 싶어서 안달(?)이 날 때도 있다. 그런 하루는 아이디어가 샘솟는 날이다. 머릿속에서 한바탕 구상을 끝마치면 아이디어가 날아갈까봐 걱정이 되서라도 어떤 식으로든 내놓아야 한다. 매일 쓰면 지칠 법한 적도 하지만 그렇지 않다. 특히, 글감에 있어서 소재는 무한이 많다. 이때 소재를 발견하는데 도움이 되는 습관이, 바로 메모이다.

내가 처음부터 메모의 습관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작은 노트나 다이어리 정도는 가지고 다녔지만, 가방에서 꺼내서 적지는 않았다. 가지고 다니고 꺼내는 일 자체가 큰 수고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스마트폰을 지지고 나서 하나 둘 메모장에 기록하던 일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일상이 되었다. 스스로가 고안한 분류법에 따라 제목을 달고 내용을 적어 넣는다. 그 중에서 글감을 적어 넣는 일이 주요 일과다. 보통은 단어나 문장 정도만을 간략하게 기록한다. 어떤 글감은 꽤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간택(?)을 받지 못했다. 소재는 많고 시간은 한정됐으니 발생한 일이다. 쓸 거리는 많지만 다 쓰지 못하는 셈이다.

 

시간을 묵혀 둬서 좋은 소재도 있지만, 대개는 메모 당시 착상이 남아있지 않아 난감할 때가 있다. 거리를 걷다가, 잠시 자리에 앉아 있다가, 사람과 대화하다가 생각나 적어둔 소재의 맥락이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록 당시 감정이나 느낌이 중요한데, 메모장에 그 정도의 자세한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 분명히 그 당시에는 어떤 충동이 지배했을 텐데 기록은 당시의 무의식은 보여주지 않는다. 그럴 때는 굉장히 답답하다. 지금 쓰고 있는 ‘메모’라는 소재도 그렇다. 오래 전 어느 날 메모했는데, 그저 “메모”란 단어만 덩그라니 기록으로 남겨져 있다. 내가 왜 기록했는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이 글을 쓸 때 그때 그 당시와 상관없이 지금 여기 상황에 맞춰 글을 쓴다.

글을 쓰는 내가 갑자기 솟아 오른 존재는 아닐테니 아마도 그때 떠오른 착상이 지금 글에도 섞여 들어 있을 듯하다. 그렇게 본다면 메모는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살아갈지 좌표를 제공한다. 과거와 지금,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메모하는 습관을 적극적으로 다른 이에게 추천한다. 우스개 소리로 세상에 뛰기 전에 생각하는 사람, 뛰면서 생각하는 사람, 뛰고 나서 생각하는 사람으로 나눠진다고 하지 않나. 메모는 뛰기 전에 생각하는 습관을 들여준다. 글감을 위한 메모뿐만이 아니다. 나의 메모장에 수많은 카테고리가 있다. 사업 아이디어부터 책의 기록, 흥미로운 정보 등까지. 나중에 필요할까봐 일단 기록으로 재워넣는다.

가끔 시간이 날 때 나는 메모의 기록을 훑어 본다. 수백개가 넘는 메모가 있는데, 어떤 메모가 있나 궁금해서 아니면 정리를 위해서 읽는다. 시간이 흘러서 별반 가치가 없는 메모도 있고 중복된 내용도 여럿 보인다. 그런 메모를 볼 때마다 느낀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 맞나 보다. 이와 함께 반성을 한다. 나는 메모를 자주 적지만, 실천하면 해당 메모는 지운다. 그런데 여전히 적혀 있는 비슷한 메모란, 내가 실천하지 못한 수많은 일 중 하나다. 적는데 집중했을 뿐 이런 저런 핑계로 하지 못한 결과다. 앞서 아직 쓰지 못한 글감처럼 언젠가는 해야한다는 생각으로 남겨져 있는 것이다.

오늘 나는 “메모”란 단어를 메모장에서 지운다. 글을 쓰며 작은 실천을 했기 때문이다. 내일 나는 어떤 실천을 할까. 앞으로 적을 기록도 실천할 일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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