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와 글쓰기/글쓰기

글쓰기 슬럼프를 피하는 방법

공부를 합시다 2021. 4. 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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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이 오셨다. 바로 글쓰기 슬럼프! 블로그뿐만 아니라 다른 매체에 글을 실어야 하는데 제대로 글 한편을 쓰지 못했다. 지난 주는 그래서 게으름 반, 이 슬럼프 반 때문에 글을 쓰지 못했다. 과거 이 글쓰기 슬럼프에 대응하는 나름의 방법을 소개한 적이 있다.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대책을 논의했는데, 하나는 무엇을 쓸지 모르는 경우, 둘은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는 경우였다. 각 경우 내가 내놓은 해법은 단순했다. 첫째는 일단 읽어라였고, 둘째는 일단 써라로 요약됐다. 그런데 이 조언이 지난 주 나의 경우에 재대로 먹히지 않았다. 무엇보다 어떤 지식에 의존해 글을 써나가는 게 아니어서 그랬다. 차라리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글을 쓰는 게 편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공부하듯이 써나가는 것은 아무래도 쉬우니까. 그런데 블로그를 비롯해 다른 매체에 올리는 글이 항상 전문적인 지식을 나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메모장에 수두룩하게 기록된 글감을 말뚱말뚱 그냥 쳐다봐야 했다. 한 편의 글을 완성했는데도, 단어, 문장, 단락 등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잘 쓰려는 욕심에 단어에서 시작해 모든 것이 매우 무거워져버렸다. 그러다보니 한 글자 한 글자 써나가며 힘들다라는 생각이 계속 들 뿐이었다. 생각이 흘러가듯 쓰기가 연결되지 않으니 집중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가 개요를 잡지 않고 써서 그랬던 것일까. 아니다. 개요를 성실히 작성했지만 한번 어긋난 글의 흐름을 되돌리기가 매우 힘들었다. 그럴 때는 차라리 쓰기를 멈추고 쉬어야하겠다는 생각에 며칠 동안 틈이 나도 글을 쓰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이번 주가 왔다. 습관이라는 적이 참으로 무서운 게 스스로에게 부과한 짐을 나르기 위해서 노트북을 열었다. 그래도 잘(?) 쉬어서인지 모르지만 지난 주보다는 나은 듯하다.

 

곰곰이 슬럼프의 원인을 고민해보니 지나친 매체중독도 기여를 한 듯하다. 인터넷에서 거의 항상 접속된 상태로 지난 주 뉴스며, 영상 등을 시청했던 탓이 크다. 눈이 피로한 일은 둘째고 이미지에 피곤한 나머지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수많은 정보가 들어와 있는데, 이들을 선별해야 할 능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탓이다. 그래서 결심한 일이 일단은 더욱 더 엄격하게 인터넷을 통제하는 일이었다. 몇 주 동안 자기통제를 획득하기 위하여 스마트폰 시간을 줄이기는 했지만, 반대급부로 집 안에서 노트북 시간까지 줄이지 못했다. 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의 브라우저를 열지만 않았지, 노트북의 창을 열고 서핑을 하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텔레비전 시청과 스마트폰 애용이 노트북의 사용으로 변해 버렸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때는 일부러 컴퓨터를 아예 시동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때로는 사전을 이용하기 위해 열어놓고 했는데 그것조차 집중에 방해가 된 듯하다.

나는 정직하게 써야 한다는 다짐을 다시 한다. 타인을 속여도 자신을 속이지는 못하니까. 특히 글의 허영을 걱정한다. 학교에 몇 년 다니는 나로선 순간순간 지적 허영이 고개를 든다. 알은 척을 하고 싶은 것이다. 먹물이라 어쩌지 못하지만 빈 깡통이 요랸하다고 하지 않던가. 진정으로 아는 사람은 명료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자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의 글은 아직 어떤 수준에 이르지 못한 글일 뿐이다. 오늘보다는 내일 글쓰기가 편하기를 기도해본다.

다음으로 특정한 틀에 맞춰 글을 써나가는 습관을 고쳐 보기로 결심했다. 사람이 잘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글에서 확인하곤 한다. 언문일치라고 하지 않던가. 말과 글은 대개 일치한다. 때때로 내가 아는 누군가 글을 읽을 때마다 그 사람의 성격이 보인다. 아마도 누군가 나를 안다면, 나의 글에서도 비슷한 특징을 잡아 챌 듯하다. 생각하기에 나는 지킬 게 많은 사람이다. 나이가 들면서 그런 엄격함에서 벗어나려 노력했지만 사람이 어디 갈리 없다. 그런 성격이 글에서도 나타나 괴롭힌다. 이런저런 실험을 해보겠다고 결심했건만 그게 쉽지 않다. 그 실험 중에 앞서 언급한 문장이나 단락 등 표현과 관련된 영역이 있었다. 되도록 짧게 쓰고 개념에 호소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언젠가 말했듯, 나의 글쓰기 지침은 세 가지다. 분명하고, 쉽고, 재미있게 쓰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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