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와 글쓰기/글쓰기

내가 글을 쓰는 이유

공부를 합시다 2021. 4. 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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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책장을 쳐다보니 수많은 글쓰기 책이 꽂혀 있다. 지금까지 글을 잘 쓰고자 하는 욕망 때문에 읽은 이 카테고리의 책이 아마도 수십 권이 될 듯하다. 개인적으로 잘 써보려는 욕망 이전에 교육이나 강의 때문에 읽은 도서들이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나의 장점이 하나 있는데, 어떤 과제가 주어지면 정말(?) 열심히 공부한다. 글쓰기도 예외가 아니다. 읽을 수 있을 만큼 책을 구입하거나 빌려서 읽어왔고 지금도 읽는다. 지금은 예전만큼 글쓰기 분류의 책을 읽지는 않지만, 여전히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 이 주제의 책을 종종 검색하곤 한다. 글쓰기의 분야에 따라서 혹은 저자에 따라서 색다른 아이디어를 주지 않을까하는 호기심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들은 얼마나 글쓰기에 도움이 됐을까? 그리고 혹시라도 누군가에게 조언을 한다면 가치있는 지침이라도 남았을까?

지금도 메모장에는 이들 책의 조언이 빽빽이 적혀 있고 어떤 것은 잊혀지지 않는다. 그런데 글쓰기의 관점이나 태도가 메모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기술적인 조언 보다도 왜 글을 쓰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작가의 답변이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외국 작가의 작가론이 많아서인지 모르겠다. 국내 작가의 글쓰기 책들은 대개 글쓰기론을 넘어 표현, 특히 문장론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런데 정말로 나는 이 문장론에 관심이 없다. 물론, 더 분명하고 쉬운 글을 쓰기 위해서 참고하지만 말이다. 가장 큰 이유는 개인적으로 문체는 개성이라고 생각하는 데서 온다. 그래서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 누군가의 문장을 필사한다든지 모방하는 행위를 좋아하지 않는다. 각자의 스타일 대로 쓰면 그것이 가장 좋은 쓰기라고 믿기 때문이다. 개성이 상실된 글은 무색무취무미의 음식과 같다. 글을 읽는 이유가 다양하겠지만, 나는 이 개성을 보기 위해 책을 읽는다. 천편일률적인 스타일의 글은 개성의 상실과 함께 자유를 억압하는 글이다.

 

자유를 억압하지 않는 글쓰기를 위해서 항상 마음 속에 염두하는 가장 중요한 지침은, 바로 ‘권위에 도전하라’이다. 좋든 싫든 우리는 수많은 권위에 둘러 산다. 사회화가 된다는 것은 이 권위를 내면화하고 질서를 따른다는 의미다. 그런데 어떤 권위를 무비판적으로 복종하는 경우가 있다. 문제 삼고 싶은 권위는 바로 이 무비판적 복종이다. 권위는 다양한 얼굴로 다가오는데 대표적인 예가 식자의 인용인 듯하다. 이른바 아포리즘에 빠져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 지나치게 매달린다. 그런데 백인백색 얼굴처럼 사람은 모두 다르고 생각도 다르고 말도 다르고 글도 다르다. 하나의 잣대에 모든 것을 우겨 넣고 따르라는 명령은 인간성, 즉 개성의 상실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글을 쓸 때는 어떤 주제를 다른 관점에서, 다른 위치와 장소에서 바라보고 써보라 권하고 싶다. 이를 위한 중요한 지침이 권위에 도전하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권위가 필요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어떤 권위는 정당하고 필요하다. 부적절한 권위, 스스로 권력을 ‘내면화’하는 권위가 문제다.

가장 문제되는 권위가 정상적이라고 믿는 권력에서 기인하는 종류다. 이런 권위는 글쓰기에서 특히 경계해야 한다. 기존 통념을 뒷받침하는 글쓰기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지 못한다. 그런 글은 기존 사회관계의 재생산에 기여하는 글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글을 쓸 때는 글쓴이가 놓여 있는 맥락에 민감할 필요가 있다. 그 맥락은 자신의 개인사만을 지시하지 않는다. 그것은 사회나 역사라고 말해야 정확할 듯하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사고가 어떻게 변하는지 조심스럽게 관찰해야 한다. 글쓰기란 사람들이 무의식중에 담지하고 있는 생각을, 의식의 수면으로 떠올리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문자를 한자 한자 꾹꾹 눌러 쓰는 행위는, 생각을 분명히 드러내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글은 개인적인 행위에 그치지 않고 집단적인 행위로 격상된다. 그런 글이야말로 독자의 호흥을 이끌어 내는 글이다. 그래서 글을 쓸 때는 언중을 의식하며 써나가야 하는 것이다.

 

좋은 글의 완성은 독자가 퍼즐 한 조각을 채워 넣으며 이뤄진다. 독자를 유혹하는 글을 쓰기 위해서,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고 해도, 기존 권위에 딴지를 걸고 다시 생각해보자. 언제까지 다른 사람의 생각에 휩쓸려 살아야 한다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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