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와 글쓰기/글쓰기

나는 왜 쓰는가?

공부를 합시다 2021. 4. 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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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글을 쓰는 작업이 끌리지는 않는다. 어느 때는 한참 컴퓨터의 창을 띠워놓고 어떻게 써야할지 고민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대략적인 아이디어를 잡고 종이에 끄적끄적 개요를 써놓고도 쉽사리 진도를 못나가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하면 ‘부담’이라는 단어로 요약될 듯 하다. 특히나 요새는 코로나바이러스19 탓에 대외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방구석에 처박혀 이런저런 일을 모색해야 하는 처지라 부쩍 생각이 많아져서다. 게다가 이 블로그뿐만 아니라 다른 미디어에 글을 쓰는 입장에서 마냥 어디 한 군데 집중하기 힘든 사정도 있다. 그러나 그런 부담을 이기고 글을 써야 한다. 막상 쓰기는 힘들지만 일단 시작하면 생각따라, 그리고 개요따라 쓰여지는 마법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여러 장점이 있다. 첫째, 글쓰기이야말로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생산이다. 과거와 달리 쉽게 생산물을 내놓고 게다가 온라인에서 그 반응을 살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시절인지 모르겠다. 과거에는 일정한 장벽이 있었다. 작가로서 활동하려면 신춘문예 등과 같은 제도권의 장벽을 넘어야한다든지, 미디어에 기고하려면 일정한 경력과 같은 자격을 갖춰야 했다. 그런데 인터넷이라는 미디어의 등장과 함께 누구라고 쓰고 평가받을 수 있게 되었다. 권위의 해체라 할 만한 현상이 벌어지게 되었다. 물론 양의 증가가 질을 보증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부정보다는 긍정을 보고 싶다. 누구라도 쓰고 누구라도 읽으면서 그 사이에 의미를 형성할 수 있으니 말이다.

둘째, 글쓰기는 사회적 실천이다. 보통 글을 쓰는 일을 내밀한 개인적 독백으로 취급하기 쉽다. 그러나 글은 독자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 하다못해 일기도 나라는 독자가 있다. 작가라는 개인은 단독자로서 개인이 아니다. 그 개인은 ‘사회적’ 개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여기 내가 쓰는 글은 지금 여기,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개인이 쓰는 글인 셈이다. 따라서 모든 글은 사회적 실천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글에는 지금 여기의 삶이 투영되어 있다. 물론 그것이 거울처럼 반사는 아니라 할지라도 말이다. 이 실천을 거쳐 나를 둘러싼 사회와 대화하고 의미를 형성하고 있다. 그렇기에 글쓰기는 대화가 되어야 하고 그것도 격렬한 대화가 되어야 한다.

셋째, 글쓰기는 쾌락을 선사한다. 말초적인 쾌락이 넘쳐나는 시절에 글쓰기는 건전한 정신적인 쾌락을 준다. 그렇기에 딱히 목적이 없더라도 일정한 형식 안에서 쾌락을 얻을 수 있기에 때로는 예술의 경지까지 오를 수 있다. 예술의 전통적 정의란, 무용하지만 감각적 형식 안에서 쾌락을 선사하는 생산물 아니던가. 그런 면에서 글쓰기라는 생산물은, 생산물이되 단순히 관조가 아니라 실천을 해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예술형식이다. 따라서 그 과정이 고통스럽다할지라도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는 실천인 셈이다. 그래서 나는 글쓰기를 스스로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적극적으로 권한다. 누구나 할 수 있기에 그렇다.

 

블로그에 글을 쓸 때마다 나는 기쁨을 느낀다. 하루의 기록이든, 한 주의 기록이든,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의 기록이든 글을 생산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단순히 정보를 생산하는 글 보다는 나의 지식과 감정을 내놓는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블로그 수치로 기록되는 무미건조한 글로는 환원되지 못하는 글 말이다. 그래서 오늘 나는 글쓰기의 유혹을 참지 못하고 컴퓨터를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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