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욕망이다
∙ 올해부터 블로그를 비롯한 소셜미디어 활동을 활발히 하면서 느끼는 점이 있다. 사람들이 글을 쓰고자 하는 욕망이 생각 이상으로 크다는 사실이다. 작가로 생업을 유지하려는 생각이라기 보다 자신을 표현하려는 원초적인 욕구에서 비롯됐다고 말할 수 있다. 수많은 글쓰기와 관련된 강좌나 팁을 보면서 나는 내심 놀란다.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종이 소비가 줄어들 거라고 예측했지만 그와 반대로 프린트의 요구가 늘어났듯이, 글쓰기도 디지털시대에 줄어들기는 커녕 그 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듯하기 때문이다.
∙ 이런 시대에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 이 질문은 너무 거대한 물음이라 내가 답하기에는 벅차다. 그런데 이 질문에 정답은 없다. 이 질문은 우문이다. 나는 글쓰기에 왕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글쓰기에는 하나의 방법이 아니라, 다수의 방법이 있고, 결과적으로 백가쟁명의 방법이 있을 뿐이다. 어떤 방법이 누군가에게는 적합하겠지만, 어떤 방법은 부적합할 수 있다. 그래도 나는 글쓰기 초보에서 중급 정도로 도약하는 방법은 있다고 믿는다.
무식하나 확실한 방법
∙ 글쓰기를 ‘확실히’ 늘려주는 방법은 하나다. ‘일단 써라!’ 누군가는 그것을 누가 모르냐고 투덜거리겠지만, 이 방법이야말로 보증하는데 ‘확실히’, ‘정말로 확실히’ 당신의 글쓰기를 늘려주는 방법이다. 그런데 여기에 단서가 있다. 늘려준다고 할 때 그것은 글의 분량을 일단 늘려준다는 의미다. 정말로 쓰다 보면 글의 분량이 서서이 늘어나는 마술을 경험한다.
∙ 일례로 초창기 내가 블로그 포스팅을 정기적으로 작성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내가 목표로 했던 분량은 고작해야 1,000자 안팎의 글이었다. 사업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할 때, 나는 이 정도의 분량이 최선의 양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정보 중심의 글을 쓰고자하는 이유였다. 하지만, 연초 보다 지금 글의 분량은 대개 1,000자를 넘어 1,400자 정도이다. 처음부터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쓰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쓰기 싫어도 쓰면 늘어난다. 무엇이? 바로 분량이. 정신줄 놓고 쓰다 보면 어느새 한 페이지를 꽉 채우는 결과를 마주한다.
양과 질을 잡는 방법
∙ 무작정 글을 쓰면 글의 분량은 늘어난다. 그리고 어느 정도 글의 질도 올라간다. 이 글의 질과 관련해서 나는 어는 글에서 퇴고의 중요성을 얘기했다. 그런데 퇴고를 꼼꼼이 하지 않아도 글은 좋아진다. 이유는 다른 곳에 있지 않다. 글을 쓰기 위해서 우리는 개요를 잡아야 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나는 단어나 문장 중심으로 단락별 핵심을 미리 잡고 써간다. 머릿속에서 나와 일필휘지하면야 좋겠지만, 대부분의 범부들은 정해진 절차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
∙ 개요에서 구성이 잡혀 있기 때문에 단락을 써나가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 그것이 글의 질을 어느 정도 유지하는 버팀목 역할을 한다. 심지어 글의 분량도 손쉽게 늘릴 수 있다. 핵심 문장을 보충하거나 예시하거나 등의 방법으로 늘려가면 그만이다. 이처럼 글솜씨를 늘리고 싶다면 쓰는 게 최고다. 잘 쓰려면 쓰며는 그만이다. 물론, 그것이 힘든 일인 거 안다. 이 블로그를 정기적으로 포스팅하면서도 매일, 매주, 매달 유혹을 받는다. 힘들면 그냥 쉴까라는 그 유혹 말이다. 그래도 일단, 쓰면 그 사이렌의 목소리도 줄어든다. 그만큼 습관은 무섭다.
머릿 속에 든 게 없어도 쓴다
∙ 어떤 이들은 일단 쓰는 방법도 어느 정도 머리에 든 게 있어야 쓰지 않겠냐고 반문할 지 모른다. 흔히들 얘기하는 글쓰기의 3요소로 언급되는 다문다독다상량(多聞多讀多商量)이 그 예다. 중국의 구양수가 얘기했다는 글을 잘 쓰기 위해 열거한 조건 말이다. 많이 듣고,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라는 조언이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전문적인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이 있다면, 그 분야에 공부는 필수다.
∙ 그런데 지금껏 우리는 많이 듣고,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지 않았던가. 생산물로 글을 쓰기 위하여 우리는 충분하다고 말하지는 못할지라도, 어느 정도는 앞선 세 가지 활동을 해왔다. 당신의 삶이 그 증거다. 그렇다면 쓰라. 글을 쓸 때 가장 큰 장애물을 나는 검열이라고 생각한다. 지독한 검열의 시선에서 벗어나려면 강박에 가깝게 글이라는 생산물을 꾸준히 내놓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시작은 쓰는 실천이다. 처음에 쓸 때 그 양이나 질이 충분치 않을 지 모른다. 그런데 무슨 상관이랴. 내가 쓴다는데. 전업 작가가 아닌한 나는 전혀 개의치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오로지 자신의 생각과 느낌에 집중하라. 그러면 당신의 글은 확실하게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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