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와 글쓰기/글쓰기

퇴고를 합니다

공부를 합시다 2021. 4. 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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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 물러날 퇴推, 두드릴 고敲. 물러날 것인가, 두드릴 것인가. 이 단어의 유래를 사전에서는 중국 당나라 시인 가도의 고사에서 설명합니다. ‘僧推月下門(스님은 문을 두드리네)’시구에서 ‘퇴’를 쓸지, ‘고’를 쓸지 고민하다 지나가는 한유의 조언대로 ‘고’를 썼다는 이야기에서 글을 여러번 고치고 다듬다는 의미로 이 단어를 사용했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퇴고는 글을 쓰고 나서 행하는 교정을 의미합니다. 퇴고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 ‘proofreading’에 비춰보면 그 접두사 ‘proof’처럼 증명과도 같습니다. 출판하기 전 이정도면 됐다(!)라는 확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얼마나 퇴고를 정성껏, 그리고 자주 하시나요?

블로그 글처럼 짧은 분량의 글을 쓰더라도 퇴고는 필수입니다. 요즘 저의 블로그 글쓰기 분량을 점검해보니 원고지 5~7장 정도의 글을 쓰는 듯합니다. 검색이라는 기준에 비춰 쓸데없이(?) 긴 글을 쓰는 셈입니다. 그래도 요즘에는 조금씩 긴 글을 쓰는 재미가 있어 상관없이 씁니다. 대개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에서 블로그 에디터창을 열고 직접 작성하기 보다, 우선 워드 문서창에서 작업을 하고 복사에서 옮깁니다. 물론, 일차 퇴고도 워드에서 이뤄집니다. 그 이유는 인터넷 접속 상태에서 긴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기도 하고 작업의 편의 때문입니다. 워드프로세서의 작업환경이 더 친숙한 이유 때문이기도 하죠.

 

한편의 글을 쓰는 과정은 대개 구상, 개요, 쓰기, 퇴고 등 절차를 거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어느 단계는 간략하게 시간을 줄이기도 하지만 생략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가령, 지금 이 글을 쓰기로 마음 먹은 시점은 어제 잠 들기 전이었습니다. 구상이 벌써 하루 전날 이뤄졌던 것입니다. 메모장에 대략적인 아이디어를 적어 놓고 오늘 시간이 나서 노트북을 열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구상과 개요에서 정작 글을 쓸 때 별다른 작업을 하지 않습니다. 남은 작업은 글을 쓰고 퇴고하는 단계뿐입니다.

평소 저는 글을 쓰고 나서 계속(?) 고칩니다. 퇴고를 한번이 아니라 할 수 있는 때까지 계속 수행합니다. 마치 시지푸스의 돌처럼 말이죠. 강박이라고 부를 이 퇴고 과정을 반복하는 이유는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잘못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단어에서 띄어쓰기와 같은 정서법에 이르기까지. 보면 볼수록 고칠 것 투성입니다. 게다가 어떨 때는 단어가 마음에 안 들어서, 또는 문장과 문장, 구와 구가 연결이 안 돼서 고민에 빠집니다. 전부 뜯어 고쳐야할지, 아니면 아예 버려야할지 갈래길에 들어서는 겁니다. 그래도 들어간 시간이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고 고칩니다.

 

퇴고란 작업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아무리 엉성한 글도 고치고 고치면 어느 정도는 읽을 만한 글로 완성이 됩니다. 게다가 반복할수록 제 눈에는 점점 글의 완성도가 높아져 보입니다. 그래서 한 편의 글을 블로그에 올리고도 틈나면 계속 읽고 고치는 이유입니다. 이것만 보면 제 글의 가장 열성적 팬은 저입니다. 그리고 가장 냉혹한 비판자도 저입니다. 글을 향한 애정이 있기에 고치지만, 글 외부에 있어야 고치는 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좋은 글이 어떤 글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확실히 아는 점은 있습니다. 퇴고야말로 글의 완성을 높이는 지름길이라는 것을요. 오늘도 글을 쓰고 퇴고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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