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와 글쓰기/글쓰기

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검열

공부를 합시다 2021. 4. 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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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가 유행하면서 이미지 범람 속에서 텍스트의 시대는 가지 않았나라는 착각을 불러옵니다. 그러나 텍스트의 시대는 소멸하기는 커녕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 대표 사례가 SNS로 텍스트의 건재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텍스트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모습을 바꿀 뿐이죠. 그래서 텍스트를 만들고 전달하는 능력은 여전히 중요한 소양입니다. 이 중에서도 글쓰기도 빠지지 않는 요소일 겁니다. 글쓰기는 노력하면 누구나 달성할 수 있는 기술(?)인 듯합니다. 저는 여기서 “기술”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왜냐하면 누구나 방법이나 능력을 깨우치면 잘 다룰 수 있다는 의미에서 기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유명한 작가의 명성에 미치지 못할 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그러면 어떻습니까. 자신의 의사를 논리적으로 그리고 수사적으로 잘 표현한다면 그걸로 글쓰기는 족하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요새는 미디어의 발달로 “작가”라는 타이틀을 단다는 게 그리 어렵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글쓰기의 가장 큰 장애는 무엇일까요?

언젠가 글쓰기의 내외적 장애물을 언급한 적 있는데, 이중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는 내면의 적 아닐까 싶습니다. 이전 한 글에서 그 하나의 적인 “작가의 벽”을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그 허들을 뛰어넘을 방법은 단 하나, “일단 써라!”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조언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이와 함께 무서운 내면의 적 하나는 ‘자기 검열’입니다. 자리에 앉아서 글을 구상하고 쓰려 할 때 어떤 날은 모니터 커서를 뻔히 쳐다보는 날이 종종 있습니다. 컨디션이 나쁜 날로 치부하면 그만이지만, 그 사정을 들여다보면 이 말을 쓸까 말까 고민하는 기로에 있는 서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검열하는 순간입니다. 사회적 통념 아니면 상식(?)에 어긋나거나, 너무 강한 주장이 아닐까라는 걱정에 머뭇거리는 경우입니다. 그럴 때는 참으로 괴롭습니다! 개인적이면 개인적이라고 할 글조차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는 제 자신이 밉습니다.

 

주변을 의식한다는 사실이 꼭 나쁘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는 너무나 단순합니다. 우리는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관계로 규정받는 이 형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주장은 환상에 불과합니다. 좋든 싫든 섞여 살아야 하는 거죠. 그러나 그 관계를 너무 의식하게 되면 글쓰기는 자유롭지 못한 활동이 됩니다. 그래서 무언가를 쓸 때 속으로 외칩니다. ‘미친 듯이 써보자!’ 이 말은 무의식의 흐름에 맡겨보자는 선언입니다. 이 서약 속에는 몇 가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첫째, 솔직하게 쓰겠다라는 다짐입니다. 무엇보다 엄격한 자기 검열이라는 재판관 앞에서 누가 뭐라든 생각과 느낌 등을 솔직하게 표현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일상생활에서야 사람들 앞에서 마냥 솔직하지 못하겠지만 글쓰기, 바로 이 행위 앞에서는 정직하고 싶다는 다짐입니다. 그렇게 써야 글은 활력을 얻고 생각을 온전히 담게 됩니다. 그런 글은 나중에 읽어도 희열을 선사합니다. 그 이유는 적어도 쓰는 순간 자유로웠기 때문이지요.

둘째, 앞선 선언은 논쟁을 피하지 않겠다는 다짐입니다. 어떤 글은 독자를 기쁘게 하거나, 또는 화나게 하거나, 또는 슬프게 하거나, 또는 즐겁게 합니다. 이런 글은 읽는 이에게 어떤 감정의 파장을 일으키는 생산물입니다. 밋밋한 반응보다 격렬한 논쟁을 불러오는 글이야말로 좋은 쓰기라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글은 작가와 독자 사이 대화를 이끌기 때문입니다. 설사 그것이 독자가 작가에게 던지는 격렬한 비난일지라도 말이죠.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의미를 만드는 글이야말로 최고의 작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글은 질문을 던지고 도전하는 글입니다. 이런 글에 자기 검열따위는 없습니다. 글쓴 이의 자유가 넘쳐나는 글입니다. 오늘도 저는 저 깊숙이 똬리를 튼 자기검열을 깨기 위하여 노력하기 위해 씁니다. 그것이 설사 부끄럽고 창피한 일을 까발리는 일일지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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