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와 글쓰기/글쓰기

매력적인 글쓰기 비법

공부를 합시다 2021. 4. 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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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면 제 나름의 원칙을 마음 속에 새깁니다. 예를 들어, 저는 세 가지 구호를 항상 외쳐됩니다. “분명하게, 쉽게, 재미있게 써라”입니다(흡사 광고 구호와 같습니다). 그러나 다짐만큼 실천하기 힘듭니다. 쓰고 나서 읽어보면 분명하기는 커녕 흐릿하고, 쉽게 쓴다고 작성했는데 어렵고, 흥미를 돋구기는 커녕 지루하단 말입니다. 그래도 노력하는 데서 일단 스스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중에서도 제가 우선적으로 신경쓰는 원칙은 “분명하게 써라”라는 기준입니다. 어린 시절에는 그 흔한(?) 문자 좀 읽었다고 자랑하고 싶어서 어려운 단어나 외국어 등을 상대가 알아주십사하고 글에 썼습니다. 그놈의 “지적 허영”이란 놈을 참으로 떨쳐 버리기 힘들었습니다. 그나마 나이 들고 세상 풍파 겪고 나서 고수의 길은 그게 아니구나 깨달았죠. 그래서 그런 거 쓰레기통에 버리고 분명하게 쓰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분명하게 쓰기 위해서는 뭐니뭐니해도 글의 핵심을 정확히 전달하는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유효한 게 타인의 글을 읽고 핵심을 건져올리는 연습입니다. 가장 적절한 훈련의 대상은 뉴스 아닐까 싶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소비(?)할 수 있고 적절한 길이를 갖추고 있는 데다가 기사가 지닌 현재성 때문입니다. 지금 여기 주변에 일어난 사건을 소재로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여러분은 뉴스의 핵심을 잘 보는 편인가요? 이것과 관련해 히스 형제의 <스틱>이란 책에서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술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각색해 주변 사람의 능력을 테스트해보곤 하는데요. 결과는 다들 잘 못 맞추더군요. 저 또한 그렇습니다.

영화 <해리가 셀리를 만났을 때>,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등의 시나리오 작가 노라 에프론은 사회 생활을 <뉴욕포스트>와 <에스콰이어> 등 기자로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저널리즘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는, 고등학교 시절 기사 첫 문장, 즉 리드(lead) 쓰기 수업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수업 시간에 담당 선생님께서 들어오셔서 기사의 토대가 될 사실 몇 가지를 들려줬습니다. 제 버전으로 각색하자면 이런 식이었죠. “오늘 대한고등학교 교장 선생님은 다음 주 목요일 전교직원이 대한시교육청이 주관하는 대한 세미나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이 세미나에는 유재석, 박명수, 조세호, 노홍철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어쩌구 저쩌구” 노라 에프론을 비롯한 학생들은 열심히 리드를 작성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작업이 끝나자 선생님은 기사의 리드를 한 줄로 뽑았습니다. “다음 주 목요일은 수업이 없다!” 여러분은 예상했습니까? 노라 에프론은 수십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순간이었다고 회고합니다. 저널리즘이란 사실의 재구성이 아니라, 요점을 파악하는 것을 깨달았다는 겁니다.

이 에피소드를 기억할 때마다 교훈을 얻습니다. ‘어떤 현상이라고 일컬을 사건, 정보를 요약해 전달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핵심이라고 할 만한 함의를 전달하는 글이 좋은 글이다.’라는 교훈 말입니다. 그렇다면 글쓰기란 의미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요약해야하지 아닐까요. 뻔한 사실에서 참신한 의미를 끌어 올리는 작업이 바로 글쓰기입니다. 그래서 글쓰기가 매력이 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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