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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 5

어떤 성실함

도서관 한귀퉁에 자리를 잡았다. 주말이라고 다르지 않다. 특별한 일 없으면 책이나 읽을 요량으로 도서관에 간다. 그런데 오늘따라 날은 따뜻하지만 미세먼지가 심하다. 미세먼지 어플에 '미세먼지 아주 나쁨'이란 경고가 선명하다. 그때 도서관 직원 한 명이 열람실에 들어와 창을 연다. 그것도 모든 창문을 활짝! '이게 무슨 일인가.' 다른 이유가 아니다. 정기적으로 하루 중 몇 번은 환기라는 이유로 창문을 연다. 그 순간 짜증이 밀려온다. 오늘처럼 '미세먼지 아주 나쁨'이라고 선명하게 경고하는데도 불구하고 꼭 저래야 한다 말인가. 물론 저 직원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성실히 하는 것일테다. 규칙이니 그저 수행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릴 때는 성실이라는 덕목은 듣기만 해도 참 미덕이었다. 그렇다고 ..

원고지/낙서장 2023.03.28

악플에 대응하는 노하우

어린 시절 악플 몇 마디에 사람들이 상처받는 것이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몇 마디 말이나 글은 상대의 영혼에 상처를 입힐 수 있다. 아마도 이렇게 생각이 바뀐 이유는 인간이란 존재가 단순히 머리로만 이해하고 반응하는 피조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인 듯 하다. 인간은 이성적 존재인 동시에 감성적 존재이다. 수년 전 팟캐스트를 운영한 적이 있다. 영화 관련 주제로 방송을 했는데 대부분 호의적인 반응이었지만 간혹 악플(?)이 붙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악플 하나는, '네들이 뭔데 영화를 알아?'라는 내용의 글이었다. 지금까지도 이 댓글을 기억하는 것을 보니 당시에 꽤나 기분이 나빴던 모양이다. 당시에 나는 영화 관련 대학원에 재학 중이었는데 저런 글을 마주하고 어이가 없었다..

사이비를 물리치는 방법

예전이나 지금이나 사이비가 판을 친다. 사이비의 형태가 유사 종교만 있지는 않다. 세속화된 탓인지 몰라도 많은 사람들은 종교에 자신의 안위를 더 이상 의지하려 하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현실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사이비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다른 이름으로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뿐이다. 내 생각에 인간사에서 사이비는 사라지지 않을 거다. 군중을 속이고 유혹해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자들은 차고 넘쳐나지 않은가. ​ 아마도 오늘날의 사이비는 돈의 가면을 쓰고 자주 다가오는 듯 한다. 인터넷 창 구석을 차지하는 광고를 보라. 돈 벌어 주겠다는 광고를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 웃고 넘기면 그만이지만 혹하지 않을 자신은 있는가? 호기심에서라도 한 번쯤 클릭하고 싶은 유혹을 받기 마련이..

분노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하여

며칠 전 '분노'가 치밀어 오른 사건이 있었다. (더 강한 단어가 있다면 그 단어를 쓰겠다). 이유는 도서관에서 문서 작업을 하던 중 옆에 앉아 있던 아주머니가 자판소리가 신경쓰인다며 화를 냈던 것이었다. 순간 나는 어이가 없었다(영화 에서 조태오(유아인)가 내뱉었던 그 “어이”다). 우선, 그 공간은 노트북 작업이 허용된 공간이었다. 더구나 열람실 출입구에는 노트북으로 인한 소음이 발생할 수 있으니 민감한 사람은 다른 열람실을 이용하라는 안내가 되어 있었다. 둘째, 문서 작업을 할 때 소리를 내면 얼마나 내었겠는가. 나는 자판을 춤추듯 소리를 내며 치지도 않는다. 여하간 순간 상대의 말에 나는 짜증이 났다. 본인이야말로 이용수칙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훈수를 두는 꼴이라니. 열람실 밖에서 언쟁을 할까하다..

이성의 존재 혹은 감정의 존재

이것이냐 저것이냐 ∙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하고 싶습니다. ‘당신은 이성적 존재입니까, 감정적 존재입니까?’ 이 질문은 우문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성적 존재이자 감정적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 둘 중 하나에 손을 들어주고 싶을지 모릅니다. 나는 이쪽이 세다, 또는 나는 여기에 어울린다는 식으로요.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새가 왼쪽과 오른쪽 두 날개로 날듯 인간은 이성과 감정 모두를 갖춘 존재라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기본적 사실조차 부인한다면 사업에서나 일에서 큰 실수를 치를지 모릅니다. 특히 이성중심적으로 인간을 바라본다면 낭패의 연속입니다. ∙ 고백하자면 지금껏 저는 앞선 실수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배웠기 때문인지 아니면 저의 신념이었는지 모르지만, 항상 ‘인간은 이성적 존..

원고지/낙서장 2021.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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