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낙서장

어떤 성실함

공부를 합시다 2023. 3. 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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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한귀퉁에 자리를 잡았다. 주말이라고 다르지 않다. 특별한 일 없으면 책이나 읽을 요량으로 도서관에 간다. 그런데 오늘따라 날은 따뜻하지만 미세먼지가 심하다. 미세먼지 어플에 '미세먼지 아주 나쁨'이란 경고가 선명하다. 그때 도서관 직원 한 명이 열람실에 들어와 창을 연다. 그것도 모든 창문을 활짝!


 
'이게 무슨 일인가.' 다른 이유가 아니다. 정기적으로 하루 중 몇 번은 환기라는 이유로 창문을 연다. 그 순간 짜증이 밀려온다. 오늘처럼 '미세먼지 아주 나쁨'이라고 선명하게 경고하는데도 불구하고 꼭 저래야 한다 말인가. 물론 저 직원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성실히 하는 것일테다. 규칙이니 그저 수행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릴 때는 성실이라는 덕목은 듣기만 해도 참 미덕이었다. 그렇다고 지금은 아니라는 소리가 아니다. 다만, 저런 맹목적 성실함은 좋은 것이라고 부르기가 꺼려진다. 도서관 열람실 창을 열지 않아도 얼마든지 환기를 시킬 방안이 있다. 공기청정기도 있으니 그 장치를 가동하면 충분하다. 그럼에도 직원은 창을 열고 미세먼지를 실내로 유입시키고 있다. 환기라는 목표를 오히려 달성하지 못한 채 말이다.


 
살다보니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성실하다는 이유로 맹목적으로 따르는 삶이다. 생각 없는 실천은 오히려 독이다. 그런 일머리는 그냥 아무 생각없이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밖에 안 된다. 하긴 그런 사람이 한둘이겠냐만은.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 이유 첫 번째가 '이유 없음'인 나라가 우리나라다. 생각 좀 하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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