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자기 배려의 기술

각자의 문제는 각자의 방식대로

공부를 합시다 2021. 4. 5.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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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또래 부모님처럼 어머니는 아이 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독서는 어머니가 가장 신경쓰던 교육이었다. 지금까지도 나는 그 시절 읽었던 책의 내용이 어렴풋이 기억에 남는다. 당시 상당수 책들이 전집류의 책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유독 위인전이 많았다.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기대가 나타난 결과였으리라. 지금까지 나의 저편 기억 속에 남아있는 위인 중 한명은 알렉산더 대왕이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삽화처럼 들어간 이야기 한 편이 인상깊었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는 바로 고르디우스 매듭과 관련된 이야기다. 오늘날에도 ‘고르디우스 매듭’은 난제를 의미할 때 종종 언급된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프리기아의 왕 고르기우스는 신전 앞에 자신의 마차를 복잡한 매듭으로 묶어 봉인했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이 매듭을 푸는 자가 세계를 정복하리라.” 왕의 사후 수많은 도전자가 이 매듭을 풀려고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그런데 매듭을 푼 사람이 나타났으니 그가 바로 알렉산더 대왕이다. 그는 어떻게 이 매듭을 풀었을까? 풀었다기 보다는 끊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자신의 칼로 베어버렸으니까.

고르디우스 매듭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알렉산더 대왕의 번쩍이는 묘수가 생각난다. 어릴 때는 이 이야기가 창의적 해결의 전형처럼 비춰졌다. 다들 풀려고 노력했지 끊을려고 시도한 사람은 없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문제를 새롭게 해석해 풀어낸 경우라고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다시 생각해보면 다른 교훈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애초 이 문제는 알렉산더 대왕에게 문제가 되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은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그는 가볍게 여기고 저런 선택지를 골랐다. 생각해보라. 고작 매듭 하나 풀었다고 세상을 정복하리라는 예언이 실현 가능한 일일까.

삶의 난제가 닥칠 때마다 나는 저 고르디우스 매듭을 생각하곤 한다. 누구는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누구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문제를 말이다. 그리고 각자의 문제는 각자의 방식대로 풀어야 한다는 교훈을 되새긴다. 모든 사람의 삶의 경로는 다르다. 삶의 특수성이 있으니 문제 또한 다르다. 남이 이렇게 풀었다고 내가 이렇게 풀라는 법은 없다. 각자의 방식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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