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자기 배려의 기술

내가 책을 읽는 이유

공부를 합시다 2021. 4. 3.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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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나는 ‘자기계발서’라고 부르는 도서에 반감이 있었다. 무엇보다 자본주의 사회에 어울리는 인간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요구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이런 생각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체제에 순응하는 인간을 만드는 데 이런 류의 책은 일조한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일종의 지배이데올로기를 설파하는 셈이다. 그러나 모든 자기계발서류의 책을 혐오하지는 않는다. 특히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은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해서라도 읽어야 한다고 느낀다. 사람들의 욕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트렌드에 민감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생각해보면 이 부류의 책이 함량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책이 그렇지는 않다. 책의 분류라는 게 어차피 자의적이므로 충분히 다른 카테고리에 속해야 할 책이 이 범주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단순히 자기계발이라는 명칭이 붙었다고 해서 처음부터 색안경을 끼는 일은 잘못이다. 한 단어, 한 문장, 한 단락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 책은 그걸로 가치가 있다. 자신에게 맞지 않았다고 해서 타인에게 맞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다른 사물과 마찬가지로 쓰기 나름인 것이다.

 

요새 내가 관심 갖는 자기계발서의 부류는 소위 ‘재테크’라 부르는 책들이다. 사회 초년생시절에 이런 류의 책을 참으로 많이 읽었다. 돈을 벌다 보니 어떤 식으로든 돈을 불려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서였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어느 사이 무용론에 휩싸여 그런 류의 책을 멀리 했다. 그러나 최근 반년 동안 투자와 관련된 이런저런 책을 읽고 공부하다보니 다시 이런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앞서 언급했듯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책은 호기심 때문에라도 빌려서 읽는 편이다. 다만 줄치고 공부하지 않을 뿐이다. 대개 200-250쪽 정도의 분량밖에 안 되니 날 잡아 2-3시간 정도면 독파가 가능하다. 대개는 고만고만한 내용을 담고 있기에 딱히 기억에 남는 책은 없었다. 게다가 같은 범주의 책을 읽다보면 겹치는 부분이 많으니 자연스럽게 아는 것도 많아져 완독 속도도 빨라진다.

이런 류의 책을 읽을 때 중요한 것은 색다른 시선이다. 가령, 돈을 바라보는 참신한 관점이라든지, 자신의 경험이 녹아든 삶의 태도가 관심사가 된다. 무색무취라고 평가한 책이 있다면 대개는 비슷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기에 그럴 것이다. 기존 관점의 반복은 앞서 내가 지적한 비판의 대상이 된다. 하나마나한 내용을 소리쳐 반복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이 부류의 책이 동어반복이 많다는 소리를 듣는 이유도 우리네 삶이 꽉 짜여진 구조에 둘러쌓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자기계발이란 이 구조, 세계, 현실의 이해가 동반되지 않으면 도루묵이 되게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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