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자기 배려의 기술

당신을 독서왕으로 임명합니다

공부를 합시다 2021. 4. 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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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숙제처럼 하는 것이 있으니 그 주인공은 독서다. 대개는 취미를 위한 독서가 아니라 공부를 위한 독서긴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글을 읽은 순간부터 책은 언제나 가까이 있었다. 게다가 학교에 오랫동안 학생으로 적을 둔 까닭도 여기에 일조했다. 지금은 학교와 관계가 없는 신분이지만 앞으로도 책은 옆에 있을 거 같다.

평생 책을 읽었으니 나름의 책을 읽는 비결도 이제는 생겼다. 과거보다 지금의 독서가 훨씬 효율적이다. 책 읽는 속도에서 이해의 정도까지 모든 면에서 요령이 생겼다. 앞서 언급했듯이 나는 대개 공부를 위해 책을 읽는다. 취미로 책 한 권을 들기 보다 일을 위해서 독서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해다. 그리고 얕은 이해가 아니라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나는 책을 여러 번 다시 읽는다.

처음부터 이런 습관이 생기지는 않았다. 이것을 거든 것이 성격이다. 지루한 것을 견디기 힘든 탓에 독서에서도 속독이 몸에 맞았던 탓이다. 그런데 이런 속독이 책의 윤곽을 빠르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언제나 깊은 이해를 도와주지는 못한다. 아무래도 빨리 읽으면 군데군데 빈 틈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해낸 방법이 속독과 다독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책을 읽는다고 했을 때 나는 기본적으로 서너 권의 책을 동시에 읽어 나간다. 새로운 책은 호기심을 위해서, 기존의 책은 이해를 위해서 읽는 셈이다.

이때 공부를 위해서 읽는 책은 메모장에 그 기록이 쌓인다. 요약과 정리를 따로 진행하는 셈이다. 특히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이후로 나의 스마트폰 메모장은 독서 기록장이 되었다. 정확히 그 수를 세어본 것은 아니지만 족히 수백 권은 되지 않을까. 기본적인 서지사항에서 시작해 목차, 내용, 그리고 간략한 코멘트까지 메모장에 기록된다. 이런 기록은 산책을 하다가 또는 쉬는 시간 중에 다시 읽는 데 도움이 된다. 찬찬이 기록한 내용을 뜯어 보는 것이다. 처음에 이해되지 않던 사항도 그렇게 이해를 해간다.

이 기록들은 하루 아침에 완성되지 않았다. 한 번 읽었다고 해서 그리고 기록을 남겼다고 해서 끝나지 않는다. 때에 따라서는 한 번 읽었던 책을 꺼내 다시 읽기에 메모가 보충이 되기도 한다. 그러면 새로운 흔적이 메모장에 기록된다. 참으로 신기한 것은 기록할 때마다 보이지 않던 내용이 보인다는 점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나는 공부를 위해서 책을 읽는다면 다독을 권하고 싶다. 저렇게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면 그것은 새로운 이해의 확장이라 할 만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해의 확장에 도움을 주는 것이 더 있다. 바로 책에 낙서처럼 남겨진 메모들이다. 그렇게 볼 때 나의 메모는 책에 한 번, 그리고 스마트폰 메모장에 한 번 더 있다. 둘 사이 차이점이라면 책의 메모는 더 자유롭다는 거 아닐까. 줄뿐만 아니라 그림도 남겨져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질문들이 빼곡하게 써있다. 이런 책들은 모두 내가 구입한 책들이다. 그런 점에서 나의 독서는 사는 책과 빌리는 책으로 나뉜다. 빌리는 책에 자유로운 메모는 애초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글에서 말했듯이 독서는 자유다. 자유로운 읽기, 그리고 자유로운 상상력. 이런 놀이야말로 독서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리라. 그래서 나의 오늘 독서는 즐거운 일과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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