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자기 배려의 기술

저는 불면증이 없습니다

공부를 합시다 2021. 4. 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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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다르게 나는 불면증이 없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잠을 못 자서 고통을 호소하지만 나는 잘 잔다. ‘불면증이 없다’는 이 말이 누군가에게는 자랑처럼 들릴 것 같다. 그만큼 우리 주변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해 힘든 사람을 많이 봐왔다. 그런데 내가 잠을 잘 이룬 습관이 평생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밤에 온몸을 뒤적거리면 잠을 이루지 못한 시절도 있었다. 머릿속에는 온통 자야 한다는 강박에 별 짓을 하던 그런 시간 말이다. 도대체 나는 어떻게 잠을 잘 자게 됐을까?

우선 내가 잠을 잘 못 이루던 그때로 돌아가보자. 정말 불면증에 시달렸을 때는 하루는 자고, 하루는 못 자는 식의 패턴이 계속되었다. 매일 아침 일어나 출근을 해야 하기에 뜬눈으로 밤을 세워도 일어나야 했던 시간이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지점은 하루 걸러 자기는 잤다(?). 하지만 의례 그 다음 날은 잠을 이루지 못해 해가 뜨기를 기다릴 정도였다. 왜 그랬을까? 아마도 걱정 때문이었던 것 같다. 불안이란 적이 스물스물 올라오기에 휴식해야 할 그 시간에도 잠을 이루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 시간이 꽤나 길었던 듯 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런 날이 사라졌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주변 상황의 변화에 기인한다. 그런 점에서 시간이 약이다.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체념할 것은 체념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서다. 내가 해결하지 못하는 일에 매달리기 보다는 그냥 그 시간을 견디는데 힘쓰는 게 낫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이 세상에서 영원한 불행 따위는 없다. 인생을 좀먹을 것 같던 고통의 시간도 지나가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나이가 드는 요즘을 그렇게 나쁘게만 생각하지 않는다. 경험이 쌓이고 그 속에서 교훈을 얻기 때문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철이 든다고 하지 않던가.

외부의 변화와 함께 불면증을 사라지게 만든 원인은 내 자신의 변화와 관계가 깊다. 규칙적인 운동과 식사가 가장 중요한 동력이었다. 사실 어린 시절만 하더라도 운동은 고사하고 식사 또한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먹기는 하지만 그냥 배고프니까 먹었지 그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운동을 규칙적으로 한 뒤로는 덩달아 식사 습관이 좋아졌다. 정해진 시간에 먹고 운동하는 작은(?) 변화에 어느 순간 불면증은 사라졌다. 그런 면에서 불면증은 마음의 병인 듯하다. 자신을 잘 다스리면 언제가는 고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은 잠을 잘 자 걱정이 들 때가 있다. 객관적으로 평가하면 지금 나의 상황이 마냥 좋지는 않아서다. ‘이렇게 잠을 잘 자다니!’ 그래도 꿀잠을 자고 일어나면 마음은 편하다. 마음이 안정되니 일도 편하다. 자신감도 있고 어떤 문제라도 해결하리라는 확신이 있다. 이처럼 잠은 보약이다. 누군가는 죽어서 평생 잘 텐데 뭐하러 오래 자냐고 타박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생각이 다르다. 그 시간이 얼마이건 충분히 수면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충분한 수면 시간탓에 자신의 건강을 해치는 순간이 오기 때문이다.

좋은 수면을 나는 하루의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열심히 살았으니 이제 편히 잠들라는 신의 축복으로 여긴다. 혹시라도 주변에서 잠을 못 이루는 누군가가 있다면 말하고 싶다. “작은 변화에서 시작해보라. 그러면 당신 또한 불면의 밤을 벗어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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