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자기 배려의 기술

혼자 살아 좋습니다

공부를 합시다 2021. 4. 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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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특히나 분주한 날이었다. 오전에는 예정대로 공부를 위해 책을 읽었다. 점심을 먹은 뒤에는 압력밥솥의 부속품을 구입하기위해 차를 몰고 서비스 센터를 방문했다. 그리고 한 주 찬거리 준비를 위해 시장을 방문해 이것저것을 구입했다. 그리고 다시 도서관으로 가 책을 빌린 뒤 막간의 독서를 했다. 지금 글을 쓰기 전까지 일과가 이게 다다. 생산적인(?) 일을 한 거는 특별히 없는데 이런저런 일을 처리하는데 하루가 다 간듯 하다. 뭐 이런 식이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몰라도 시간은 쏜살같이 빠르게 지나간다.

시간의 속도를 빠르게 느끼는 데 기여하는 것이 따로 하나 있다. 바로 혼자 산다는 현실이다. 몇 년 전 동생이 결혼을 한 뒤에는 쭉 혼자 산다. 딱히 홀로 사는 게 불편하다고 느끼지는 않지만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앞서 언급한 압력 밥솥 부속품이 그런 예다. 사실 며칠 전 인터넷에서 고무패킹을 구입했는데 빠진 게 있었다. 인터넷에서 다시 구입할까 생각했지만 원하는 부품만 구입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주변 서비스센터를 검색해 직접 방문하는 일이었다. 다른 가족이 있었다면 일을 분담하면 될 일이지만 그럴 수 없다. 이유는 하나! 혼자니까.

 

혼자 산다는 일은 많은 책임을 동반하는 삶이다. 여러가지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가장 중요한 대상은 뭐니뭐니해도 건강이다. 내가 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일은 별 게 아니다. 정확한 시간에 일어나 일과를 거친 뒤에는 때맞춰 자려고 노력한다. 게다가 운동도 게을리하지 않으려 애쓴다. 그뿐이랴. 식사도 규칙적으로 한다. 이게 뭐가 어렵겠냐고 되묻겠지만 가족이 없어봐라. 하나하나가 다 일이다. 기본적인 것을 준수하려면 부지런히 다닐 수밖에 없다. 오늘 본 장도 그런 예 중 하나다. 목요일은 시장에서 장보는 날이다. 메모장에 일주일 식료품을 메모하고 장을 봤다.

지난 몇주는 게으름이란 적이 찾아와 식사가 부실했다. 보통 반찬을 대여섯까지 정도는 식탁에 올려놓고 식사를 하는데 근래는 고작해야 반찬이 두세개로 변변치 못했다. 그 이유는 반찬을 사오거나 직접 조리해야 하는데 귀찮다는 이유로 내팽개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바이러스19탓에 체육관은 쉬고 먹는 거는 인스턴트 식품 몇 가지니 자연스럽게 몸이 나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이가 들다보니 주변에 몸이 하나둘 망가지는 사람이 보인다. 가족이 있건 없건 자신을 배려하지 못하고 게을리한 탓이다.

과도하게 건강에 신경쓰는 이유는 혼자 살기 때문인 것 같다. 어깨가 결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파스 하나 부처줄 사람 하나 없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자신을 책임지기 위해서 내가 공들이는 또 다른 대상이 있다. 그것은 시간이다. 아침에 간단하게 커피와 빵으로 식사를 한 뒤 나는 스케줄러를 정성껏 작성하는 편이다. 오늘 해야 할 일을 시간대별로 기입하고 그 준수여부를 확인한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한 달을 보낸 뒤 일 년을 끝낸다. 어떤 주에는 빼곡하게 수첩에 일정이 적혀 있고, 어떤 주에는 듬성듬성 비어 있을 때가 있다. 그런 복기로 나는 시간을 돌아본다.

오늘이 간다. 그러나 아직 일과는 끝나지 않았다. 자신을 책임지기 위해 나의 시간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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