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문화 비평

권력의 게임: 드라마 <빌리언스(Billions)>

공부를 합시다 2021. 4. 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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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영화에 푹 빠져 지내려고 노력한다. 코로나바이러스탓에 야외 활동이 제약된 이유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내가 최근 대학원에서 영화 이론을 공부하고 졸업했다는 사실이다. 전공을 살려 강의를 해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학교나 기타 장소에서 강의는 금전적으로 매력이 없다는 게 나의 판단이었다. 그러니 내가 나의 공부를 재워두지 않고 써먹는 방법은 영화를 정기적으로 보고 글을 쓰는 행위가 다다. 나름 안목을 살려 평가를 하는 것이다.

요새 내가 빠져 있는 드라마 시리즈가 있다. <빌리언스>라는 쇼타임즈의 미국 드라마다(넷플릭스에서 시청가능하다). 시즌 5까지 나온 이 드라마를 한창 빠져서 보고 있다. 과거에 추천을 받았지만 섣불리 걷드리지 못했다. 이유가 있었다. 무엇보다 시작하면 끝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시즌당 12편, 편당 60분의 드라마를 완결하려면 그 시간이 만만치 않다. 최근 시리즈부터 볼 수도 있지만 왠지 전후 맥락을 알지 못하면 재미가 반감될 거 같다. 그러니 처음부터 봐야 한다. 그래서 현재 시즌1에서 시작해 시즌 3까지 틈틈이 정주행 중이다.

이 드라마가 매력적인 이유는 무엇보다 인간사에서 펼쳐지는 도전과 응전의 다양한 모습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어느 인물도 딱히 선인과 악인으로 분류하기에는 모호한 경계에 서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그래서 딱히 어느 인물에 몰입해 이야기를 즐길 필요가 없다. 주인공들은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온갖’ 술수를 부린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거래를 하고 흥정을 한다. 심지어 적하고도 말이다. 그 과정을 고스란히 보고 즐길 수 있다는 게 이 드라마의 매력이다. 혹시라도 누군가 거래나 협상, 흥정과 같은 공부를 위해 영화를 추천한다면 나는 단연코 이 작품을 권하겠다. 그만큼 이 시리즈는 이들 기술을 보여주는 다양한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계속해서 떠오르는 역사적 인물이 있다. 바로 마키아벨리다. <군주론>, <로마사 논고> 등의 저자 그 마키아벨리다. 통치론의 관점에서 마키아벨리를 우리는 접하지만 사실 그의 세계관은 거래를 이해하는 데도 유용하다. 그의 유명한 비유처럼 군주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는 어느 경우는 사자처럼, 어느 경우는 여우처럼 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맥락의존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상황에 대한 유연한 판단과 적절한 자원을 총동원해 원하는 결과를 얻고자 하는 의지와 묘수가 필요하다. 때로는 법을 이용하거나 어겨가면서 말이다.

<빌리언스>의 모든 주인공은 흥정의 달인들이다. 주인공 엑스 엑슬로드와 척 로즈, 그리고 웬디 로즈 등은 목적지향적인 인물로 다른 말로 권력지향적 인물이다. 권력의 표현이 다를 뿐이다. 누군가는 돈을 추구하고, 누군가는 정치를 추구하고, 누군가는 명성을 추구하는 등 정도만 다르다. 혹자는 그것을 다른 세계의 일로 치부할 수도 있으나 우리네 세계라고 다를 리가 없다. 텔레비전 뉴스의 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직장에서 정치는 어떤가. 결국 승진하고 고과를 따 먹는 이들은 모두 거래를 한다. 당신만 빼놓고.

거래를 보여주고 들려주는 매력적인 영화를 찾는가? 그럼 <빌리언스>를 봐라. 당신의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을 것이다. 거리다 처세술을 배울 수 있다면 이 얼마나 교육적인가! 오늘도 나는 시간을 내 이 영화를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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