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문화 비평

혜민이 몰랐던 것들

공부를 합시다 2021. 4. 2. 17:40
반응형

 

혜민 스님(이하 혜민)이 활동 중지를 선언했다. 물론 방송 활동만 그렇다. 주말을 잠깐 시끄럽게 했던 뉴스는 혜민의 종교인으로서 이율배반적 모습을 전했다. 검소한 삶이 아니라 화려한 삶을 사는 그의 현실이 전달돼 실망을 줬다. 누군가의 눈에는 그 정도야 봐줄 수 있지 않느냐고 묻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 생각은 달랐다. 아무래도 혜민이 지금껏 해왔던 말 때문에 논란이 증폭됐던 것 같다.

그의 책을 단 한권도 읽지 않은 나로서는 혜민이 어떤 발언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가 없다(앞으로도 혜민의 책을 읽을 기회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를 각인시킨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책 제목에서 대충 분위기를 파악할 뿐이다. 아마도 세속적 기준과 다른 언행을 설파하고 다녔으리라. 그리고 혜민의 적당한 약력이 더해져 잘 팔렸을 것이다. 혜민이라는 이름을 내가 기억하는 이유도 미디어의 역할이 크다. 누군지는 아니 말이다.

주말을 지나며 인기 뉴스를 달리고 있는 혜민의 뉴스를 보면서 그의 대응이 궁금했다. 그냥 침묵할지 아니면 대응을 할지. 그런 면에서 헤민은 영리하다. 일단은 방송 활동을 접는다고 선언하고 수양에 더 힘쓰겠다는 짧은 글을 SNS에 남겼으니까. 그런데 구글링을 해보니 혜민의 사과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많은 실언을 했고 그때마다 사과(?)를 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혜민의 이미지는 딱히 나쁘지 않다. 진심으로 인정하건 안 하건 사과는 잘 하니까. 게다가 잊을 만하면 방송에 다시 등장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시간이 지나면 혜민은 그 특유의 온화한 웃음을 띠고 방송에 등장할 것이다. 물론 그의 이미지가 여전히 대중에게 먹힐지는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는 종교의 폐단을 목격한 사람이 많아서 이제 색안경을 끼고 종교를 쳐다보는 사람이 많아졌다. 게다가 이번에는 혜민이 자신의 생활을 이미지로 전시했으니 영향이 더 크다. 어떤 점에서 혜민은 영리하지 못한 출연을 한 셈이다. 모든 모습을 보여줄 필요는 없었을 텐데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모를 일이다. 다만 이것 하나는 확실하지 않을까 싶다. 그도 욕심이 많나 보다. '멈추면, 비로소 욕심이 보인다'

반응형

'원고지 > 문화 비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권력의 게임: 드라마 <빌리언스(Billions)>  (0) 2021.04.04
김순옥 작가의 귀환  (0) 2021.04.03
신은 위대하지 않습니다  (0) 2021.04.02
마음이 고프다  (0) 2021.04.01
서바이벌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0) 2021.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