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자기 배려의 기술

독서라는 무기에 대하여

공부를 합시다 2021. 3. 31.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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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대화 한 토막.

나(원더키드) 왈

“OO야, 좋은 책 추천해줄게. XX분야에서 숨겨진 보석같은 책이야. 아마존 베스트셀러인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묻혀버렸어. 너한테만 추천할게.”

친구 왈

“원터키드야, 시간이 없어.”

아마도 직장을 다니는 분들이라면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누구에게 책을 권하는 시대는, 이제는 오래된 유산처럼 느껴지니 말입니다. 과도한 노동시간에 자기를 계발할 시간은 커녕 가족과 휴식을 보낼 시간도 없으니까요. 그래서 제 친구처럼 딱 한마디로 정리합니다. “시간이 없어” 시간 부족을 이유로 독서를 포기하는 겁니다.

작년 통계 인구조사를 보면 성인인구 중 40%는 1년 동안 단 한권의 ‘일반책’도 읽지 않는다는 조사결과가 있습니다. 누구는 이 결과를 ‘충격’이라고 표현하겠지만, 저의 눈에는 새삼스런 결과로 보이지 않습니다. 과로에 시달리는 친구처럼 여유가 없거나 필요가 없는데 굳이 책을 집어들 시간이 있겠습니까. 정부에서는 매년 독서실태를 공식적 통계로 조사하고 여러 독서진흥책을 내놓지만 딱히 실효가 없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우리는 읽기 싫어하는 걸까요?

친구와 대화가 끝나고 나서 문득 독서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독서의 범위를 너무 협소하게 정의하는 거 아닐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앞서 정부가 매년 조사하는 독서인구통계에서 책(일반책)이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물리적 부피를 가진 바로 그 책입니다. 그런데 반드시 구입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많은 사람들은 그 부피에 질려 전자책을 구매하거나 도서관에서 빌려 읽습니다. 이 얘기는 책을 읽는 습관이 시대가 변하면서 달라졌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책을 바라보는 고정관념을 바꿔야 합니다. 물리적인 책에 집착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통계상으로는 독서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것으로 보이나, 그렇다고 해서 텍스트를 소비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출근길과 퇴근길에서 주변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 관찰해보십시오. 십중팔구 다들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봅니다. 짜투리 시간을 내 인터넷 서핑을 하며 텍스트를 읽습니다. 그 종류가 미디어의 기사건, 커뮤니티의 게시판이건, 무엇이건 읽습니다. 다만, 그 대상이 달라졌을 뿐입니다. 그래서 독서의 형식에 집착하지 말고 읽는 행위에 초점을 둬야 하는 것입니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을 벗어 던지고 읽는 행위 자체를 즐겨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독서는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시험 공부를 위해서, 또는 업무를 위해서, 또는 즐거움을 위해서, 또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등 각자 방식대로 그 무기를 사용해야 합니다. 독서가 무기가 된다는 의미는, 우리 삶의 필요에 의해서 읽어야 한다는 제안입니다. 과거 물리적 책을 읽지 않는 이유는 하나죠. 필요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각자 필요에 따라 무기가 되는 독서를 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럴 때 독서는 강요가 아니라 자유에 의한 선택으로 창조적 활동으로 탈바꿈합니다.

무기가 되는 독서를 위해서 저는 텍스트와 대화하라 권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 대화는 어떤 대화일까요? 오랜 친구를 만나는 즐거운 자리일수도 있지만, 낯선 손님과 껄끄러운 대화일 수 있습니다. 대화가 언제나 매끄러울 수 있겠습니까. 동조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그런 거죠. 이런 비유를 쓰는 이유는 독서는 서로 주고 받는 대화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입니다. 질문도 던지고, 반박도 하고, 수긍도 하면서 자신의 사유를 넓혀갈 수 있다면, 그 독서야말로 삶의 무기가 되리라 믿습니다. 스치는 단어에서, 문장에서, 단락에서, 그리고 글에서 여러분이 그 무기를 발견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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